켈리 맥고니걸 지음 / 신예경 옮김 / 21세기북스 / 356쪽 / 1만7000원
[ 최종석 기자 ] 1998년 미국의 한 연구소는 3만명을 대상으로 지난 한 해 경험한 스트레스가 얼마나 컸는지를 설문조사하면서 “스트레스가 건강에 해롭다고 믿는가”를 물었다. 8년 뒤 연구원들은 설문 참가자의 사망 위험을 추적했다. 높은 스트레스 수치를 기록한 사람들의 사망 위험은 43% 증가했다. 그런데 스트레스가 건강에 해롭다고 믿었던 사람들만 사망 위험이 늘었다. 스트레스 수치가 높았어도 스트레스가 해롭다고 믿지 않은 사람의 사망 위험은 증가하지 않았다. 심지어 ‘스트레스를 거의 받지 않는다’고 기록한 사람보다 사망 위험이 더 낮았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8년간 미국인 18만2000여명이 ‘스트레스가 건강을 해친다’는 믿음 때문에 조기에 사망했다. 연구원들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요인이 스트레스 그 자체와 스트레스는 해롭다는 ‘믿음’이 결합할 때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결론지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산다. 스트레스 없는 인생은 없다. 문제는 스트레스를 더 키운다는 데 있다. 건강 심리학자인 켈리 맥고니걸(사진)은 《스트레스의 힘》에서 “스트레스가 해로운 게 아니라 ‘스트레스가 해롭다’는 믿음이 우리 몸에 해롭게 작용한다”고 말한다. 나아가 더 많은 연구 결과를 예로 들며 “스스로 ‘스트레스가 몸에 이롭다’고 믿으면 삶을 유쾌하고 행복하게 해주는 약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스트레스를 새롭게 정의한 그의 스탠퍼드대 강의는 가장 인기 있는 수업으로 꼽힌다. 이후 미국의 비영리재단인 TED 초청으로 진행한 공개 강연 ‘스트레스와 친구가 되는 법’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1000만명 이상이 시청했다.
저자는 “스트레스가 우리에게 도전할 에너지를 주고 평소보다 뛰어난 신체 능력을 선사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그는 먼저 인간의 뇌와 호르몬의 반응에 주목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며 감각이 깨어난다. 눈동자가 팽창하면서 더 많은 빛을 받아들이게 되고 청각이 예민해진다. 뇌는 우리가 감지한 정보를 더 빨리 처리한다. 또 엔도르핀, 도파민 등 화학물질이 복합적으로 뒤섞여 동기와 의욕을 불러일으킨다. 저자는 “스트레스 반응은 정신적 자원과 육체적 자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며 “결과적으로 자신감이 향상되고 집중력이 좋아져 최고의 성과를 내게 하는 촉매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스트레스를 유용하게 사용하려면 어떻게 사고를 바꿔야 할까. 우리 생활에서 스트레스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요인은 직장 업무, 갼? 대인관계, 건강 등이다. 자녀를 양육하면 날마다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기도 하지만, 동시에 매일 웃고 미소지을 가능성도 증가한다. 어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말하는 기업가는 그날 흥미로운 것을 많이 배웠다고 이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스트레스는 우리의 삶이 잘못됐다는 신호가 아니라, 우리가 개인적으로 중요하다고 여기는 의미 있는 활동과 인간관계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지표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잠시 시간을 내서 우리가 맡은 가장 의미 있는 역할이나 관계에 대해 글로 적어보라”고 권한다. 이어 이것들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 또는 얼마나 의미 없는 일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라고 조언한다. 그는 “스트레스를 대화의 도마 위에 올리고 직시한다면, 피해야 할 존재가 아니라 활용 가능한 존재로 전환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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