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현우/이승우 기자 ] 올 하반기에는 ‘세일의 홍수’라는 말이 나올 만큼 초대형 할인행사가 이어졌다. 정부는 침체된 내수를 끌어올리기 위해 코리아 그랜드 세일(8월14일~10월31일), 블랙 프라이데이(9월25일~10월14일), K세일 데이(11월20일~12월15일) 등을 기획했고 고가 사치품에 붙은 개별소비세도 내렸다.
하지만 세밑 바닥경기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면서 내수부양책의 ‘약발’이 다해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 정책에 따라 반짝 상승했던 소비가 급감하는 ‘소비절벽’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국내 의류업체들의 정상가 판매율은 기존 30~40%대에서 최저 10% 선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옷이 열 벌 팔렸으면 정가에 팔린 옷은 한 벌뿐이고 나머지는 세일 상품이라는 얘기다. 패션업계 경영 컨설팅을 맡고 있는 최현호 MPI 대표는 “행사 초반에 상당한 효과를 본 점은 분명하지만, 미래 소비를 당겨쓴 것이나 마찬가지라 효과가 점차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승학 서울남대문시장주식회사 기획부장은 “정부가 주도한 세일이 대형 유통업체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전통시장은 안 그래도 줄던 매출이 더 줄었다”고 했다.
정부는 지난 10월 소매판매가 57개월 만에 최대 폭인 3.1% 증가했고, 연말 상황도 나쁘지만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내수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9조원 이상의 내수보완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통업계에서는 새해에도 소비심리가 호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갑수 이마트 대표는 “내년 경제성장률이 2% 중·후반대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반적으로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현우/이승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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