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투자 미흡·실질임금 제자리…성장률 연 0.7% 그쳐
엔화 약세로 수출기업은 실적개선…주가도 올라
[ 도쿄=서정환 기자 ] “일본 경제는 완전히 부활했다. 디플레이션 탈피까지 마지막 한 고비만 남았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사진)는 지난 24일 일본 재계단체인 게이단렌 회의에 참석해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 3년의 성과를 강조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베노믹스는 엔화 약세 유도, 이에 따른 수출기업들의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 등 활력을 잃은 일본 경제에 불씨를 지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지난 3년간 연평균 0.76%에 그쳤다. 기업 실적 개선이 임금 인상과 설비투자 증가로 이어져 경제성장세가 탄력을 받는 ‘경기 선순환’ 고리가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아베노믹스에 열광한 금융시장
아베 총리는 꼭 3년 전인 2012년 12월26일 취임했다. 그는 취임과 동시에 △대규모 금융완화 △재정지출 확대 △성장전략이라는 ‘세 개의 화살’을 주 내용으로 하는 ‘탈(脫)디플레이션’ 정책에 돌입했다. 2013년 4월부터 일본은행은 연간 60조~70조엔 규모의 돈을 풀었고, 작년 10월 말엔 양적 완화 규모를 연간 80조엔으로 10조엔 이상 늘렸다. 지난 11월 말까지 푼 돈은 197조엔에 달했다. 2012년 말 달러당 86엔대였던 엔화가치는 이달 24일 120엔대로 40%가량 하락했다.
기업들은 사상 최대 실적 경신을 이어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1530개(금융 제외) 상장사의 2015 회계연도(2015년 4월~2016년 3월) 경상이익은 역대 최대인 34조887억엔으로 전년 대비 6.9% 증가할 전망이다. 엔저(低)로 수출 채산성이 높아지면서 올 경상이익률(6.6% 예상)도 9년 만에 최고를 갈아치울 태세다. 실적 개선 덕분에 닛케이225지수는 2012년 말 10,395에서 지난 24일 18,789로 상승했다.
◆경제성장률은 예상보다 부진
이 같은 시장 흐름과 달리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부진한 편이다. 2013 회계연도엔 2.0% 성장하며 3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지만, 2014 회계연도는 4월 소비세 인상 후폭풍으로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하며 -1.0%의 성장률을 나타냈다. 올해도 지난 2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서 연간 전체로는 성장률이 1%를 밑돌 것이란 전망이 대체적이다.
기업 이익이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아베 총리 집권기 동안 소비세 인상으로 근로자 실질 임금이 오른 달보다 내린 달이 더 많았다. 3분기 설비투자도 0.6% 증가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지속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진단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베노믹스, 숨길 수 없는 현실’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엔화 약세 등으로 디플레이션 심리가 누그러졌지만, 일손 부족과 낮은 생산성 등 공급 측면의 제약으로 일본 경제의 성장률이 높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10월 말 ‘2차 아베노믹스’ 발표와 함께 ‘1억 총활약 사회’ 실현을 강조하고 있다. △2020년께 GDP 600조엔 달성 △꿈을 키우는 육아 지원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보장을 새로운 3대 정책으로 제시했다. 모두 만만찮은 국가 재정이 들어가는 정책이다. 불투명한 세계 경제도 아베노믹스의 궁극적인 성공에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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