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 8월 한때 40% 폭락에도 연초 대비 14.2% 수익률 기록
금리 인상한 미국 달러 가치 상승…돈 풀기 나선 일본·유럽, 증시 견인
유가 급락에 신흥국 경제는 악화2015년 주요국 수익률 점검
[ 이상은 기자 ] 올 한 해 주요 글로벌 자산시장에서 가장 수익률이 높은 분야는 무엇이었을까. 한국경제신문이 하나금융투자·대신증권과 함께 주요국 주식·채권·부동산·원자재 등의 한 해 수익률을 점검해 본 결과, 급격히 과열됐다가 거품이 터져 투자자들을 패닉에 몰아넣은 중국 증시 수익률이 그래도 가장 뛰어났다.
거품 터졌지만…그래도 중국 좋았다
지난 6월12일 연초 대비 50% 이상 뛰어오르며 7년래 최고 수준(5178포인트)을 기록한 중국 증시는 ‘꼭지에 이르렀다’는 불안감이 커지며 8월 말까지 40%가량 급락했다. 하지만 폭락장에서 공포에 휘둘려 주식을 팔아치우지 않고 들고 있었다면 연초 대비 14.2%의 수익을 맛볼 수 있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해 S&P500 수익률보다 중국 증시 수익률이 훨씬 높았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 신문은 “6월 중순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이 69배(선전증시 기준)까지 치솟는 등 과열됐다가 8월 말 고점 대비 40%까지 폭락한 탓에 중국 증시가 이미 끝났다고 생각한 이들이 많았지만, 이후 다시 저점 대비 20%가량 상승해 올해 평균 수익률은 다른 곳에 투자한 것보다 좋았다”고 전했다.
다만 올해 성적이 괜찮았던 중국 증시가 내년에도 비슷한 상승률을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성장이 둔화되면서 기업 구조조정이 추진되고 주가도 조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FT에 따르면 주식중개전문회사 CLSA는 “현재 중국 주식은 비교적 고평가돼 있고 기업 수익성도 떨어지기 때문에 상승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내년 중국 증시는 변동성이 커지고, 고평가 주식들이 하향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앙은행 돈 풀기로 증시 상승한 日·유럽
일본 증시(10.9%), 유럽 증시(8.0%)의 수익률도 비교적 좋았다. 일본은행과 유럽중앙은행(ECB)이 경쟁적으로 양적 완화에 나선 탓에 통화는 약세를 띠었고 유동성 장세가 펼쳐지면서 주가가 올랐다.
유럽에서는 이탈리아 증시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이탈리아 증시를 대표하는 지수인 FTSE MIB는 올 들어 지난 23일까지 12.8% 올랐다. CNBC는 “양적 완화 영향으로 증시가 전반적으로 호조를 보였고, 수출 비중이 높지 않아 독일처럼 중국의 성장 둔화에 별로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상승 배경을 설명했다. 반면 그리스 증시(ASE20)는 30% 이상 하락하는 등 유럽에서도 물『?편차가 컸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일본·유럽과 달리 돈줄을 죄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히면서 미 증시는 그다지 성적이 좋지 않았다. 넷플릭스(142%) 아마존(114%) 액티비전 블리자드(93%) 등 정보기술(IT) 관련 기업 일부만 강세였다. 대신 금리가 상승기조인 ‘달러’ 자체에 투자한 사람은 돈을 벌었다.
특히 원화가 주요 통화(달러·엔·위안) 대비 약세였기 때문에 국내 투자자가 원화를 다른 통화로 바꿔서 투자했다면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었다. 김일혁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작년 말 원화를 달러로 바꿔 달러인덱스(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의 상대가치를 지수화한 것)에 투자했다면 17%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달러가치가 올해 원화 대비 8.1% 올랐고 달러인덱스도 올 들어 8.9% 상승했기 때문이다.
Fed의 금리인상 예고 탓에 미 국채 가격은 약세를 보였다. 다만 기준금리는 0.25%포인트 오른 것에 비해 국채 가격의 하락폭은 상대적으로 작았다. 부도 위험이 커진 우크라이나, 러시아, 그리스 등의 국채 수익률은 급등했다.
유가·원자재도 30% 가량 급락
올해 선진국 증시의 평균 상승률(MSCI world 기준)은 3.1%였다. 물가상승률보단 높았지만, 증시 변동성을 감안할 때 그다지 매력적인 수익률은 아니었다.
그러나 신흥국에 투자했다면 원금도 못 건졌을 확률이 높다. 신흥국 증시 수익률을 보여주는 MSCI EM 지수는 올 들어 4.8% 하락했다. 유가가 평균 30%가량 떨어지면서 원유와 천연가스 등을 수출하는 신흥국 경제가 침체를 겪었다.
브라질 등 한때 세계 성장을 주도했던 국가들은 국가신용등급이 투기등급 수준으로 떨어지는 수모를 겪었다. 금·은을 제외한 대부분의 비철금속도 평균 30%가량 값이 떨어져 원자재 관련 기업들의 주가를 끌어내렸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하게 선진국 자산이 신흥국 자산보다 높은 투자 수익률을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제러미 시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내년에 Fed는 금리를 두세 번 올리는 데 그칠 것이고, 유동성 장세가 이어져 미국 증시는 10% 정도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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