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격·별미 이미지 희석…"배달강화·다각화로 돌파"
[ 강진규 기자 ] “한국 피자사업은 아예 접는 게 어떻습니까?”
국내 대형 피자 회사인 미스터피자의 한 임원이 최근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에게서 듣고 깜짝 놀랐다는 조언이다. 외국 진출 뒤 나아진 실적을 소개하던 그에게 “실적과 재무구조를 보면 한국에서 사업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물은 것이다.
도미노피자, 미스터피자, 피자헛 등 피자 ‘빅3’ 회사가 흔들리고 있다. 대형 매장에서 판매하는 높은 가격의 피자가 더 이상 소비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10여년 전 연매출 3000억원을 돌파했던 피자헛의 지난해 매출은 1142억원까지 줄었다. 피자헛은 올 들어 직영점 75곳 중 61곳을 가맹점으로 전환하거나 폐점했고, 남은 14개도 같은 방식으로 정리할 방침이다.
2013년 1767억원의 매출을 올려 피자업계 1위에 오른 미스터피자는 2년 새 매출이 20% 가까이 줄었다.
외식업계에서는 피자 전문점들의 위기가 패밀리레스토랑업계의 상황과 닮았다고 보고 있다. 패밀리레스토랑은 2013년부터 줄폐점이 이어졌다. 마르쉐와 씨즐러는 2013년, 토니로마스는 지난해 사업을 종료했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와 TGI프라이데이스, 베니건스 등은 매장 수가 급감했다.
피자전문점의 위기 이유로는 높은 가격이 첫손에 꼽힌다. 피자는 라지 사이즈 한 판이 3만원이 넘는다. 피자업계 관계자는 “광고비와 매장 임대료 등 고정비를 고려하면 가격을 낮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메뉴에 대한 선호도와 관심이 떨어졌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중반에는 서양식 메뉴를 판매하는 음식점이 많지 않아 피자가 특식이나 별미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너무 흔해졌다”고 분석했다.
피자 회사들은 위기 극복을 위해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도미노피자를 운영하는 법인인 한국도미노피자는 최근 회사명을 ‘청오디피케이’로 바꿨다. 외식업계에서는 도미노피자가 새로운 외식 브랜드를 확대하기 위해 법인명을 바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피자 외에도 면 전문점 씨젠과 커피 브랜드 야쿤 등을 운영 중인데, 우선 이 브랜드들의 확장 속도를 높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미스터피자는 대형 매장을 배달 전문 매장으로 바꾸고 있다. 미스터피자 관계자는 “고정비를 줄여야 수익이 난다는 점을 들어 가맹점주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제 머핀과 커피를 판매하는 마노핀의 가맹사업도 최근 본격화했다. 9월에는 한강인터트레이드를 인수하며 화장품사업에도 나섰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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