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편차를 그대로 둔 채 교부금을 배정하면 모든 지역이 불만…
'우선 쓰고 보자'는 포퓰리즘 만연으로 재정효율은 추락한다"
이만우 < 고려대 교수·경영학 leemm@korea.ac.kr >
공공부채가 가속도를 내며 급증하고 있다. 확정부채만 따져도 작년 말의 957조원에 통상 증가율을 가산하면 벌써 1000조원이 넘는다.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금융공기업이 조선업 등 부실기업에 쏟아붓느라 빌린 돈은 제외됐다. 공무원·군인연금 등 피할 수 없는 미래부담에 대한 충당부채도 빠졌다. 국제기구 권고대로 충당부채까지 포함시키면 1700조원에 이른다.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공기업 부채도 108조원이 넘는다. 최근 지방재정법 개정으로 공무원 인건비를 연체하거나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는 지자체는 재정자치권이 박탈된다. 지방공기업법도 개정돼 부채비율 400% 초과 또는 자본잠식의 경우 행정자치부 장관의 해산요구권이 발동된다. 재정이 취약한 지자체는 대책 마련에 야단법석이다. 이런 와중에도 서울과 성남 시장은 야당대표와 함께 국회 의원회관에서 ‘돈 좀 쓰자’며 토크콘서트를 벌였다.
국세와 지방세 세수비중은 8 대 2인데 중앙과 지방의 지출비중은 4 대 6 수준이다. 국세수입 중 상당부분은 직접지출 또는 교부금으로 지방에 넘어간다. 지자체별 세수편차는 엄청난데 현행 체계로는 서울시와 성남시는 대박이고 특별시·광역시 소속의 가난한 자치구와 농어촌지역 시·군은 쪽박이다. 특별시·광역시와 도의 세목 배분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자치구에는 재산세와 등록면허세만 배분된다. 취득세·주민세·자동차세·담배소비세·레저세·지방소득세·지방소비세는 특별시·광역시 차지다. 서울시는 수도권에 중과세되는 고율의 취득세, 고가의 자동차세와 누진세 강화로 급증한 고소득 주민의 지방소득세까지 모두 챙긴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재산세 세수가 별로인 자치구는 어렵다. 부동산 가격이 낮은 자치구는 더 죽을 맛이다.
도와 시·군의 경우 기초단체인 시·군이 더 많은 세목을 차지한다. 주민세·재산세·자동차세·담배소비세·지방소득세가 시·군 차지다. 기초단체인 경기 성남시는 절반이 넘는 주민이 거주하는 분당구의 높은 재산세, 고가의 자동차세와 개인과 법인의 지방소득세로 풍요하다. 부동산 가격과 주민 소득수준이 형편없이 낮은 농어촌 시·군과는 천양지차(天壤之差)다.
단체장 선출로 지방자치가 본격화하기 전에 자치단체별 세수를 조정하는 세제개편이 선결됐어야 했다. 특별시세인 담배소비세와 구세인 재산세 맞교환을 놓고 첨예한 갈등을 보인 서울시 사례처럼 사후적 조정은 어렵다. 격심한 세수편차를 그대로 둔 채 교부금을 배정하면 더 받든 덜 받든 모든 지역이 불만이다. ‘우선 쓰고 보자’는 포퓰리즘 만연으로 재정효율은 추락한다.
부가가치세의 지방세 전환을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징수는 현행대로 국세청이 담당하되 세수를 재화나 용역이 공급된 지역에 배분하는 방식이다. 수도권과 기타 지역에 배분비율을 달리 적용하면 지역별 세수격차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지방소득세도 납세자가 출향지 등 연관이 있는 지역에 일부를 귀속시키는 선택이 가능하도록 개선해야 한다.
본사 소재지가 모두 차지하는 법인세분 지방소득세 배분방식도 바꿔야 한다. 본사가 분당인 KT는 전국에 전화국을 두고 영업하지만, 법인세의 10%인 지방소득세는 성남시가 독식한다.
지방행정체제도 개편해야 한다. 기초단체인 수원시 인구가 광역단체인 울산시보다 많다. 인구 50만명이 넘는 분당구는 성남시 산하 행정구로서 구청장 선거도 구의회 없이 성남시장이 인사와 재정권을 행사한다. 단체장과 기초의원을 선거로 뽑는 인구 1만8000명 미만의 경북 영양군과 4만7000명 미만의 부산 중구와는 딴판이다. 과소자치단체는 인근 지역과 통합해 재정효율을 높이고 광역단체인 도의 기능을 재편해야 한다. 공공부채 폭증을 막으려면 복지지출부터 재검토해야 한다. 복지체계 운영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지자체의 재정책임 강화가 필수적이다. 지방세 체계와 지방행정체제의 합리적 개편은 국가의 미래가 걸린 시급한 과제다.
이만우 < 고려대 교수·경영학 leemm@korea.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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