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태윤 기자 ] 올해도 취업의 문을 뚫기는 쉽지 않았다. 전반적인 채용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했지만 채용 절차는 더 까다로웠다. 기업들은 ‘탈스펙’ 채용을 통해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뽑기 위해 자체 개발한 인·적성검사를 도입하는가 하면 면접에선 창의력과 글로벌 역량 등을 주로 평가했다. 다사다난했던 올해의 취업시장을 ‘10대 뉴스’로 되돌아봤다.
(1) 130개 공공기관, NCS 도입
올해 한국전력공사,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130개 공공기관은 채용 때 학점이나 전공시험 대신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전형을 도입했다. 적용 방식은 기관에 따라 서류, 필기, 면접단계에서 조금씩 달랐다. 내년에는 200여개 공공기관이 NCS 기반 채용을 도입하고, 2017년부터는 모든 공공기관에서 NCS 채용을 의무화한다.
(2) 대기업에 부는 脫스펙 바람
삼성그룹은 올 하반기 채용부터 학점 제한(3.0점/4.5만점)을 없앴다. 현대자동차는 지원서에서 동아리, 봉사, 학회활동 기입란을 삭제했다. SK는 사진, 어학, 정보기술(IT) 활용능력, 해외경험, 수 箚曆? 주민번호, 가족관계 등 입사와 무관한 정보기입란을 없앴다. 지원자들의 스펙이 상향 평준화하면서 기업들은 직무와 무관한 스펙을 전형과정에서 제외했다.
(3) 직무역량 중심 채용 활발
기업들은 스펙을 안 보는 대신 직무 중심의 채용을 강화했다. 삼성은 하반기 공채부터 직무적합성 평가를 통해 GSAT 응시 기회를 부여했다. 현대차는 면접자의 글로벌 역량평가를 위해 영어인터뷰를 강화했고, 기아차는 1박2일 합숙면접을 도입해 직무역량과 영어구사력을 평가했다. 현대모비스는 지원 분야의 직무 역량과 관련된 대학 수강 과목을 5~10개 기입하도록 했다. 삼성생명·교보생명도 합숙 면접을 도입했다.
(4) 전문성 있는 인재 선호 뚜렷
기업들은 세분화되고 최적화된 인재 채용을 위해 다양한 전형을 도입했다. LG생활건강은 영업·마케팅 분야의 최적 인재를 찾기 위해 ‘괴짜전형’을 처음 도입했다. 삼양그룹은 해외영업 마케팅 등 분야에서 ‘글로벌 탤런트 전형’을, 현대제철은 ‘철강에 필이 꽂힌 인재’를 찾기 위해 특별전형을 실시했다. 이랜드는 ‘패션피플’ 채용으로 패션 전문인재를 뽑았다.
(5) 시중은행, 2500여명 뽑았다
지난해 1회 채용을 했던 은행권은 올해 상·하반기 2회 채용을 실시했다. 국민·우리·신한·KEB하나·기업·농협은행은 상반기 804명, 하반기 1770여명을 뽑아 인문계 출신에게 취업의 숨통을 열어줬다. 2만명이 넘는 지원자를 가려내기 위해 은행들은 채용단계별 아이디어도 쏟아냈다. 기업은행은 지원자들에게 면접 아이디어를 받는가 하면, 신한은행은 1 대 10 토론배틀을 벌이고 돌발퀴즈를 내기도 했다. 은행권의 화두인 ‘글로벌’ 인재를 뽑기 위해 우리은행은 모든 지원자를 대상으로 영어인터뷰를 했고, 국민은행은 지방 지원자를 배려하기 위해 ‘찾아가는 면접’으로 숨겨진 지역 인재를 발굴하기도 했다. KEB하나은행은 통합 공채 1기 450명을 뽑았다.
(6) “자소설 더이상 안 통해!”
“미래 사물인터넷(IoT)에 적용 가능한 소프트웨어(SW)는?”(삼성전자 SCSA). “웨어러블 헬스케어의 미래 모습과 효과적인 홍보마케팅 전략은?”(삼성전자 CE/IM 영업마케팅), “3무(저금리, 저출산, 저고용)시대 생명보험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과 생명보험의 순기능에 대해 쓰시오.”(삼성생명 자산운용/상품계리/디자인) 올 상반기 삼성그룹 입사지원서의 자기소개서 항목이다. SK텔레콤은 “구글·네이버 등 플랫폼 컴퍼니가 시행한 마케팅 활동 중 1개를 골라 한계점을 분석한 뒤 대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한층 까다로워진 자기소개서에 작성을 포기하는 지원자가 속출했으나, 기업들은 ‘준비된 지원자’를 채용하는 효과를 얻었다.
(7) 현대重·포스코, 자체 인·적성
현대중공업은 올 상반기부터 자체 개발한 인·적성시험 ‘해치’로 필기시험을 대체했다. 총 180분, 633문항으로 구성됐다. 회의 일정계획, 결재서류 작성, 고객관리 등 제시된 상황의 정보를 활용해 문제의 원인을 찾고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는 종합의사결정 능력을 평가하기도 했다. 포스코는 하반기 채용 때 ‘포스코 직무적성검사(PAT)’를 처음 도입했다. 또한 서류전형에서는 직무에세이 작성, 면접에서는 NCS 기반의 직무적합성 평가면접을 추가했다. 삼성은 삼성직무적성검사 명칭을 SSAT에서 GSAT로 바꿨다.
(8) “채용설명회가 달라졌어요”
기업들의 채용설명회도 캠퍼스를 벗어나 다양한 변신이 있었다. 현대차는 서울 양재동 사옥에 채용면접장인 ‘H스퀘어’를 마련하고 지원자를 초청, 인사담당자와 면담을 했다. CJ는 상반기 영화관 CGV를 통째로 빌려 ‘채용 시사회’를 개최하는가 하면 구글 플러스 행아웃을 통해 화상채팅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삼성물산은 래미안갤러리에서 대학생을 상대로 리크루팅 카페를 마련했다. 이랜드는 입사지망생 100명을 한강 크루즈선으로 초대, 선상뷔페와 함께 채용정보를 제공하기도 했다.
(9) 공채보다 수시채용
저성장과 정년 연장으로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 기업들이 대규모 공채보다 수시, 추천, 인턴, 산학협력, 경력직 채용 등 채용의 다변화를 시도했다. 현대차는 지난해부터 이공계는 공채, 인문계는 상시채용으로 신입사원을 뽑고 있다. 채용시장에서 ‘여풍’도 눈에 띄었다. 공무원뿐 아니라 전체 대졸자 취업률에서도 여성이 50.6%로 남성 취업률(49.4%)을 앞질렀다.
(10) ‘이공계 복수전공’ 증가
취업난에 시달리는 인문계 출신이 공과대학에서 SW와 컴퓨터공학 등을 복수전공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최근 모바일과 IoT 관련 정보통신기술(ICT)의 비약적 발전으로 취업과 창업에서 프로그래밍 기술 비중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인문계 위주로 채용하던 은행권은 올해 채용공고 때 ‘이공계 우대’를 내세우며 핀테크 인재를 뽑았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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