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시장경제국인가, 아닌가'…EU-미국, WTO내 지위 놓고 갈등

입력 2015-12-29 17:44  

對 중국수출 큰 독일·영국 "인정해야"
미국 "중국산 덤핑 우려" 반대



[ 이상은 기자 ] ‘중국 경제가 시장경제냐, 아니냐’를 두고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갈등을 빚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 집행위원회가 이르면 내년 2월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내 시장경제국 지위를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데 대해 미국 정부가 경고했다고 29일 보도했다.

중국은 2001년 WTO 가입 당시 비(非)시장경제국 지위를 최장 15년간 감수하기로 했는데, 이 기간이 끝나는 내년 말까지 시장경제국 지위를 부여해달라고 각국에 요청하고 있다. WTO 체제상 시장경제국 지위를 얻으면 덤핑률을 계산할 때 수출국의 국내가격과 수출제품 판매가격을 비교하지만 비시장경제국은 제3국의 국내 가격을 적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반덤핑 관세를 부과받는다.

지금은 중국산 철강이 EU에 수출될 때 제3국인 브라질 내수용 철강과 비교돼 ‘덤핑’ 여부를 판정받는다. 그러나 중국이 시장경제국으로 인정받으면 브라질 철강보다 싼 중국 내수용과 비교되기 때문에 덤핑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줄어든다.

미국 관료들은 EU에 “(시장姸┗?지위 부여는) 일방적으로 유럽무역을 중국에 무장해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U가 이를 인정하면 미국도 인정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을 뿐 아니라 EU 시장 내에서 미국 기업이 중국 기업과 경쟁하기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계산이 작용하고 있다.

중국은 비시장경제지위 조건에 대해 “2016년 말부터는 자동으로 시장경제로 분류된다는 뜻”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개별국가를 상대로 로비를 벌여 뉴질랜드(2004년) 한국(2005년) 등에선 시장경제 지위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미국 EU 일본 등에선 인정받지 못했다. 미국 등은 중국이 제품 가격을 통제하고, 정부가 주요 기업을 소유하고 있으며, 특정 산업에 보조금을 지급해 시장경제체제로 볼 수 없다고 강조한다.

EU 내에서 대(對)중국 수출 규모가 가장 큰 독일은 중국의 시장경제국 지위 인정에 찬성한다. 영국도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 방문 때 대규모 ‘투자 보따리’를 받은 뒤 중국을 지지하고 나섰다. 네덜란드 벨기에 등도 찬성 쪽이다. EU 집행위는 3000억유로 규모로 조성하는 인프라펀드(EFSI)에 중국투자를 받길 원하고 있다.

EU 내에서도 철강 등 산업계와 노동조합 등은 반대한다. 중국에 시장경제 지위를 부여하면 중국산 제품 가격이 최대 30% 내려가 경쟁이 어려워진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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