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립대 총장선출, 정치판으로 만들 수 없다

입력 2015-12-29 17:55  

한국을 이끌어가는 지성의 전당
총장선출 과정에 교수사회 상처
대학경쟁력 키울 방식 정착돼야

하지원 < (사)에코맘코리아 대표 >



대학 총장은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에 해당한다. 새 CEO가 등장하면 기업은 새로운 비전과 전략 아래 활기찬 행보를 시작한다. 그런데 직선제를 통해 선출된 대학 총장을 중심으로 한 대학 운영의 활기찬 시작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선거 과정에서 서로 다른 편에 섰던 교수들에 대한 앙금과 불이익, 인신 공격 등으로 인해 씻기 어려운 상처가 남는 경우도 많다.

최근 국립대의 총장 후보자 선출방식을 간선제로 할지 직선제로 할지 논쟁이 뜨겁다. 현행 법령은 간선제와 직선제 두 방식을 모두 허용하고 있다. 1980년대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정부는 국립대 총장을 직접 임명하던 것에서 대학이 총장 후보자를 2인 이상 선정해 정부에 추천하도록 제도를 바꿨다. 이 과정에서 교수 투표로 총장 후보자를 선정하는 직선제가 도입됐다. 그러나 총장 직선제는 교수사회의 일그러진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다. 신성한 상아탑이 정치판으로 변질돼 대학의 본질적 기능인 교육·연구 분위기까지 훼손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총장을 선출하?과정에서 학생, 학부모와 행정직원의 목소리는 완전히 배제됐다. 학생, 학부모 등이 총장 선출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교수들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게 현재 법령에 규정된 교수 직선제의 현실이다.

국립대 총장은 교수, 직원, 학생 등 대학 구성원의 대표이자 지역 발전에 핵심 역할을 하는 국가기관의 장이다. 대학이 경쟁력을 가지고 지역과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특정 구성원의 이익을 대변하는 인물보다는 대학 구성원이 함께 고민해 능력 있는 인물을 발굴하고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미 서울대는 대학 구성원이 참여하는 총장추천위원회에서 총장 후보자를 선정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사립대도 1990년대 이후 교수 직선제를 폐기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은 대학 운영과 교육·연구를 분리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대부분 총장추천위원회를 통한 간선제·공모제 등으로 총장을 선출하고 있다. 2014~2015년 미국에서 신규 임용된 265개 대학 총장을 분석한 결과 외부 인사 임용이 77.4%, 내부 인사 임용이 22.6%로 나타났다.

최근 정부는 국립대 총장 후보자 선정방식을 대학 구성원이 참여하는 총장추천위원회 방식으로 일원화한다는 발표를 했다. 이에 대해 일부 국립대 교수들은 총장 직선제가 대학의 자율성을 지키는 일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은 교수의 자율성이 학생의 학습권과 학부모의 교육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녀를 둔 학부모로서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은 그만뒀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부도 교수들이 여전히 갖고 있는 불신과 불안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을 제도에 녹여내야 하며, 대학 구성원의 참여가 법적으?보장된 총장추천위원회에서 충분한 토론과 논의를 거쳐 역량 있는 사람을 총장 후보자로 추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국립대 총장 선출방식에도 시대적 요구를 반영해야 한다. 시대 흐름에 맞게 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그에 맞는 법령 개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통해 대학의 교육·연구 등 학문적 경쟁력을 제고할 뿐만 아니라 기업의 선진 경영기법 도입 등 대학 경영의 경쟁력 제고도 함께 이루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하지원 < (사)에코맘코리아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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