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뻣뻣이 서도 될까"…알고보니 올바른 셋업
그립 악력은 백스윙부터 임팩트 때까지 일정해야
테이크백을 바깥쪽으로 지나치게 멀리 빼면 안돼
[ 이관우 기자 ]
“서는 순간이 문제의 시작이네요.”
첫 단추부터 잘 못 끼웠다. 골프채를 잡고 발을 벌려 상체와 무릎을 굽히는 ‘셋업’이 왜곡됐다는 얘기다.
“상체가 너무 숙여져 있으면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리기 때문에 힘을 제대로 못 써요. 샤프트와 상체가 이루는 각도가 95도에서 110도 정도 될 때 힘이 잘 전달됩니다.”
발바닥 가운데로 무게중심을 옮긴 뒤 상체를 세워봤다. 뻣뻣하고 어색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그랬는데도 ‘더 세우라’고 최송이 프로는 채근했다. “이렇게 뻣뻣이 서서 스윙이 될까? 진짜 어색한데….”
뭔가 잘못된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그랬더니 사진을 찍어 보여줬다. 신기하게도 안정적인 셋업이 만들어져 있었다. 토(toe) 쪽이 항상 들려 있던 클럽헤드도 지면에 잘 밀착됐다. 스포츠 심리에 밝은 최 프로 ?말했다.
“골퍼마다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스윙 이미지가 있어요. 근데 그 이미지가 몸에 새겨진 스윙과 완전 딴판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지 왜곡 현상이죠. 자신은 정상이라고 믿지만 사실은 비정상인 겁니다.”
공을 놓고 어드레스해보자 이미지 왜곡에 따른 ‘착시’ 증세가 명확해졌다. 양발 앞 정중앙에 볼을 놓고 클럽페이스를 가져다 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발 사이에 클럽을 넣어 공과 연결해 보니 실제로는 왼발에 가깝게 치우쳐 있었던 것이다.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했다.
“그걸 정중앙이라고 믿고 어드레스해왔으니까 오른쪽 어깨가 앞으로 나오고, 클럽페이스가 자꾸만 닫혀 맞는 겁니다.”
문제를 엉뚱한 데서 찾았던 게 문제였다. 클럽페이스가 닫힌 채 공을 때리는 것을 회피하기 위해 다운스윙 때 무의식적으로 오른쪽 어깨를 심하게 밑으로 떨어뜨리는 동작이 바로 이 때문이었던 것이다. 훅을 피하려다 오히려 엄청난 푸시(오른쪽으로 똑바로 날아가는 구질)가 나는 원인이기도 했다.
공을 오른쪽으로 살짝 옮기고 다시 셋업을 했다. 앞으로 쏠려 있던 오른쪽 어깨가 펴지면서 타깃과 좀 더 평행이 됐다. 그 상태에서 최 프로의 조언대로 상체를 오른쪽으로 살짝 기울였다. 드라이버를 칠 때는 약 12도, 아이언은 약 8도 안팎으로 상체를 오른쪽으로 기울여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 그대로 해봤더니 결과가 놀라웠다. 클럽페이스가 공과 직각을 이룬 것이다. 그동안 수없이 시도했지만 해결되지 않았던 난제였다.
그 ?골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표준 셋업 모양새는 있다고 했다. 타이거 우즈(40)가 좋은 예다. “우즈는 상체를 43도가량 앞으로 숙이고, 허벅지는 25도 정도 굽혀요. 발목 위 정강이가 앞으로 숙여지는 각도는 9도쯤 되고요.”
난제의 해법을 찾은 듯했지만, 또 다른 문제가 발견됐다. 바로 느슨한 그립. 잘못된 셋업이 그립에까지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왼손으로만 그립을 잡고 앞으로 내밀어 손목을 아래위로 굽혔다 폈다 하면 그립을 놓치지 않기 위해 본능적으로 손바닥과 손가락을 그립에 밀착하게 됩니다. 더 중요한 건 그립을 잡은 손의 악력이 백스윙, 다운스윙, 임팩트 순간에 달라지면 안 된다는 거죠.”
중요한 건 일관성이라는 얘기다. 특히 꽉 잡아서 헤드 무게를 못 느끼는 것보다 지나치게 살살 잡다가 그립이 손바닥 안에서 제멋대로 노는 게 더 문제라고 그는 지적했다.
셋업 모양을 잡는 데만 2시간이 걸렸다. 등 뒤로 식은땀이 줄줄 흐르더니 어깨까지 뻐근했다. 그제야 테이크백(테이크 어웨이) 교정이 시작됐다. 백스윙의 첫 단추다. 그립을 잡은 손과 양팔이 만든 삼각형을 그대로 유지한 채 클럽헤드를 일직선으로 뒤로 빼는 게 중요하다. 손목 각도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오른쪽 팔꿈치는 살짝 구부러지는 게 좋다. 테이크백 과정에서 손목을 오른쪽으로 돌리거나 아래위로 코킹하듯 움직이면 좋지 않다. 스윙 궤도가 복잡해지는 원인이기 때문이다. 테이크백 구간은 임팩트 구간과 동일하다.
“테이크백을 바깥쪽으로 지나치게 멀 ?빼는데, 이게 스윙의 일관성을 떨어뜨리는 또 다른 문제네요.”
잘못된, 혹은 잘못된 것으로 인식한 동작을 만회하려는 보상 동작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테이크백 연습을 하면서 거친 숨을 내쉬자 최 프로는 이미지 훈련을 권했다. “잘못된 스윙도 왜곡된 이미지가 머릿속에 굳어지면서 만들어지지만, 반대로 좋은 셋업과 테이크백도 이미지화하면 스윙을 교정할 수 있습니다.”
하긴 그랬다. 10년 동안 포로수용소에 갇혔던 한 골퍼가 평소 좋아했던 골프장을 상상 속에서 매일 18홀 돌았더니 수용소에서 풀려난 뒤 타수가 10년 전보다 더 좋아졌다는 일화도 있다.
“목표를 세우시죠. 헤드 스피드는 94마일에서 100마일 정도로 높이고, 정타율(스매시팩터)도 1.3에서 1.5까지 끌어올리는 것으로요. 이미지 훈련도 틈나는 대로 해야 해요.”
근력 강화도 허덕이는 참에 이미지 트레이닝까지…. 숙제가 하나 더 쌓였다. 골프 참 어렵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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