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을미년은 유독 유통업계가 다사다난(多事多難)한 한 해였다. 내수 경기 침체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발생했다. '유통 공룡' 롯데그룹은 경영권 분쟁으로 내홍을 겪었다. 중국인 관광객에 힘입어 고성장세를 구가하는 면세점을 놓고 대기업들의 격전이 벌어졌다. 해외 직접구매(직구) 시장이 본격화되면서 한층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가 뛰어난 브랜드가 살아남는 시대가 본격화됐다. 주요 이슈에 모아 한 해를 정리했다.
ㅇ 메르스 사태…내수 위축 '직격탄'
메르스 사태는 지난 5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입국한 1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이후 빠른 전염력에 대한 공포로 환자가 급증하면서 사람들이 대형마트 등 인구가 몰리는 곳을 피하기 시작했다. 이에 내수 경기가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메르스가 한창 유행하던 지난 6월 소매 판매와 서비스업 생산이 감소했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당시보다 여파가 컸다는 분석이다. 재화별로 의복, 가방 등 준내구재가 5월보다 11.6% 감소하며 가장 크게 타격을 받았다. 가전제품 등 내구재(-2.1%), 화장품 등 비내구재(-0.9%)도 줄었다. 내수에 일조하던 중국 ?관광객이 한동안 끊기며 전 유통가가 타격을 입었다.
ㅇ'유통 공룡' 롯데, 형재간 경영권 분쟁
재계 5위의 '유통 공룡' 롯데그룹에서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촉발됐다. 후계 경쟁에서 밀려난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아버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을 앞세워 벌인 '장남의 난(亂)'은 실패로 돌아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롯데홀딩스 임시주주총회에서 승리하고 한·일 롯데의 '원톱' 자리를 굳혔다. 이후 신동빈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 등을 추진하며 순환출자 해소에 나섰고, 기업문화 개혁, 삼성 석유화학부문 계열사 인수·합병(M&A) 등을 진두지휘했다.
그러나 형제간 경영권 분쟁의 후폭풍은 지속되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SDJ코퍼레이션을 설립하며 소송전이 이어졌고 반(反) 롯데 정서가 조성되면서 잠실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권(영업권)을 잃기도 했다.
ㅇ '가짜 백수오' 사태와 내츄럴엔도텍
한국소비자원은 올 4월 시중에 유통된 32개 백수오 제품에 대해 검사를 실시한 결과, 실제 백수오를 원료로 사용한 제품은 3개(9.4%)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가짜 백수오'인 이엽우피소를 사용한 제품이 21개(65.6%)에 불과했다는 주장이다. 진실공방이 벌어지면서 한국소비자원은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동안 2500억원 어치의 백수오 제품을 판매한 6대 홈쇼핑 업체들에 소비자들의 환불 요구가 빗발쳤다. 상장사인 백수오 원료 제조·공급 업체인 내츄럴엔도텍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투자자들도 피해를 입었다. 두 달 뒤인 6월 검찰은 내츄럴엔도텍에 대해 이엽우피소를 고의로 혼입했거나 혼입을 묵인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하고 수사를 마무리지었다.
ㅇ국내 2위 홈플러스, MBK파트너스에 매각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가 국내 2위 대형마트인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거래 규모만 7조6800억원에 달한다. MBK 컨소시엄은 글로벌 PEF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AEP)-KKR 컨소시엄과 칼라일그룹을 밀어내고 홈플러스를 안았다.
홈플러스는 1999년 영국 테스코에 넘어간 지 16년 만에 국내 PEF를 새 주인으로 맞게 됐다. 홈플러스는 국내 대형 멀티채널 유통기업으로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부문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 30일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개최하고 김상현 전 P&G 아세안 총괄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ㅇ '황금알' 서울 면세점 놓고 대기업 1·2차 대전
대기업들이 올 한해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권(영업권)을 놓고 경쟁을 벌였다.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 사업자가 되기 위한 7월 '1차 대전'에서는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과의 합작사인 HDC신라면세점,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승리했다.
올해 연말로 특허가 만료되는 시내면세점 네 곳의 특허권 쟁탈전인 '2차 대전'에서는 신세계와 두산이 새로 특허를 받았다. SK네트웍스는 워커힐 면세점의 영업을 23년 만에 닫으면서 면세 사업을 접게 됐다. 롯데면세점은 본점인 소공점은 지켰으나 잠실 월드타워점 특허를 내줘야 했다. 이에 내년 상반기까지 신규 면세점들이 잇따라 문을 열면서 고성장세를 구가하는 면세시장에서 격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ㅇ '쿠팡맨' 성공에 전 유통가 '로켓배송' 전쟁
소셜커머스 업계에서 시작된 배송전쟁이 온·오프라인 유통업계 전반으로 확산됐다. 쿠팡이 지난해 3월부터 시작한 직접 배송 시스템 '로켓 배송'은 기존 유통기업 배송과 차별화에 성공했다. 전국 물류망 구축을 바탕으로 쿠팡 직원인 '쿠팡맨'이 직접 배달해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졌고, 생활필수품 배송에서도 강점을 보여 대형마트를 자극했다. 무겁고 부피가 큰 생활필수품도 온라인에서 구입하는 수요가 급증한 상황에서 기존 고객 이탈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에 위메프, 티몬 등 소셜커머스사들 뿐 아니라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들도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구축에 나섰다. 이와 함께 옴니채널 시스템 등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투자를 늘리고 있다.
ㅇ '세계에서 산다'…해외직구 시장 급성장
온라인 활성화로 전 세계 시장이 열리면서 해외직구(직접구매) 시장 규모가 급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해외직구 거래금액은 2010년 2억7000만달러에서 지난해 15억5000만달러로 성장했다. 연평균 54.1% 증가한 셈이다. 전체 소매 판매액에서 해외직구가 차지하는 비율도 2010년 0.1%에서 지난해 0.5%로 커졌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20년까지 해외직구 규모가 20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직구족을 겨냥해 해외 업체들도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직접 배송 등을 실시하고 있다. 미국 백화점 메이시스, 노드스트롬 등과 온라인쇼핑몰 '길트' 등은 한국어 서비스를 선보인다.
ㅇ'패션도 가성비' 유니클로 매출 1조 돌파
일본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 유니클로가 한국 패션시장에서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한국법인 에프알엘 코리아는 지난 회계연도(2014년 9월~2015년 8월) 기간 전년보다 24.7% 증가한 1조1169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영업이익은 45.2% 급증한 1564억원으로 집계됐다.
불황 여파로 국내 패션업체들은 타격을 입었지만 유니클로는 꾸준히 고성장하며 첫 매출 1조 브랜드 자리를 꿰찼다. 이는 과거 고성장 시대에 브랜드가 제공하던 허영과 환상보다는 '저렴하지만 멋스러운 패션'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유니클로, 자라, H&M 등 해외 3대 SPA 브랜드의 최근 회계연도 매출은 모두 증가세를 나타냈다. '에잇세컨즈', '스파오' 등 국내 패션기업도 SPA 브랜드를 내놓으면서 패션시장에서 SPA 브랜드의 힘은 점점 세지고 있다.
ㅇ K뷰티 성공 빛났다…연매출 1조 브랜드 '설화수' 탄생
올해 들어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한국화장품인 K뷰티의 성공은 더욱 빛났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올해 1~9월 눈 화장품, 립스틱 등 K뷰티 제품군은 수출이 평균 53% 급증했다. 한류 유행과 함께 중화권을 중심으로 한국 화장품의 인기가 뜨거웠기 때문이다.
한국 화장품 중 단일 브랜드로 연매출 1조원을 달성한 첫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의 한방 화장품 브랜드 '설화수'는 올해 11월 기준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이 같은 호조에 힘입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1~3분기 누적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9.2% 증가한 4조203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34.4% 급증한 7526억원으로 집계됐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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