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군 동기로 23년 간 군 복무
2년 전 예편, 4~5번 만에 합격
[ 최승욱 기자 ] “예비군 대원들을 ‘휴가 나온 부하’라 생각하고 잘 관리하겠습니다.”(윤미옥 서울 송파구 장지동대장)
“기본에 충실하면서 대원의 자율적인 참여로 성과를 높이는 훈련을 통해 맡은 지역을 굳건히 지키겠습니다.”(김윤정 충북 단양군 가곡·어상천면대장)
육군 최초로 여성 지역예비군 지휘관이 탄생했다. 새해 1월1일자로 임명된 윤미옥 동대장(48·군무원 5급·왼쪽)과 김윤정 면대장(48·군무원 5급·오른쪽)은 31일 전화 인터뷰에서 취임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지역예비군 지휘관은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향토방위의 핵심인 지역예비군 수장이다. 읍·면·동 단위 관할구역 예비군 관리와 교육훈련, 예비군 동원명령 및 훈련통지 등의 업무를 맡는다.
윤 동대장과 김 면대장의 인연은 각별하다. 여군 동기이자 예비역 소령이고, 예비군지휘관 시험에서 수차례 쓴잔을 마신 끝에 목표를 이뤘다. 이들은 1991년 7월 여군 36기로 임관한 뒤 2013년 4월 소령으로 23년간의 군 생활을 같이 마감했다.
예비군 지휘관이 되려면 희망근무지역을 먼저 지원하고 시험을 봐야 한다. 합격하면 60세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다. 이번 시험의 전체 경쟁률은 2.7 대 1로 높지 않은 듯 보이지만 대부분 합격자는 2년가량 학원과 독서실을 다니면서 고시생처럼 공부했다. 윤 동대장은 지난해 11월 ‘예비전력관리 업무담당자 선발시험’에 네 번째 도전 만에 합격했고, 김 면대장은 다섯 번째 응시 끝에 통과하면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두 사람은 시험을 준비하며 꾸준히 서로를 격려해왔다.
75사단 중대장과 1군사령부 교육훈련장교 등을 역임한 윤 동대장은 이번에 ‘육군 첫 부부 지역예비군 지휘관’이란 기록도 세웠다. 예비역 소령인 남편은 2012년 7월부터 대구 동구 안심3·4동대장으로 근무 중이다. 슬하에 1남1녀를 둔 윤 동대장은 “국가가 나에게 또 한 번의 기회를 줬다”며 “‘최초’란 수식어가 어색하고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여군 후배에게 이정표가 될 수 있도록 올바른 길을 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 면대장은 1991년 당시 여군 최초로 헌병 1기로 임관했다. 7군단 헌병대 중대장, 55사단 수사과장, 특전사 교육단 지구대장을 지냈다. 남편은 현역 육군 중령으로 육군본부에서 근무 중이다. 두 딸의 어머니인 김 면대장은 “또다시 ‘처음’이란 출발선에 선 지금 이 순간이 지나온 길을 다시 돌아보게 하고 더 많은 고민과 각오를 안겨주고 있다”며 “작전지역 답사를 충실히 하면서 향토방위의 수준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최승욱 선임기자 sw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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