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자동차 기상도(상)] 새해 내수 시장 3대 키워드는 'SUV·중대형·친환경'

입력 2016-01-04 11:05  

2016년 세계 자동차 시장은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성장세 둔화, 엔화·유로화 약세 지속, 신흥국 경기 부진 등 국내 완성차의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대외적 악재로 가득하다. 내수 시장은 개별소비세 혜택 종료에 따른 상반기 수요 부진이 예상된다. 시장 환경이 어려울수록 업체 간 경쟁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국경제신문 온라인미디어 한경닷컴은 신년 기획물로 새해 자동차 기상도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상) 자동차 내수 시장 키워드는?
(중) 완성차 내수 줄고, 수출·수입차 늘고
(하) 자동차산업 전문가에게 듣는다


[ 김정훈 기자 ] 지난달 31일 찾아간 서울 강남에 위치한 한 셀프주유소. 가격표지판을 보니 휘발유 1395원, 경유 1195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유가정보사이트(오피넷)의 전국 평균가(3일 기준 휘발유 1405원)보다 싸다. 이 곳 주유소장은 "인근 강남지역에 비슷한 가격대의 주유소들이 많다"며 "연중 최저 가격 수준"이라고 말했다.

국제유가 하락에 전국 주유소 평균가격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떨어졌다. 자동차 업종은 주력 산업군에서도 유가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 새해에도 당분간 저유가 기조는 이어질 전망이어서 중대형 승용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이 증가할 것으로 점쳐진다. 하이브리드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등 새로운 친환경 자동차도 쏟아진다. 신차 구매자의 관심 영역이 이런 차급으로 이동하고 있다.

◆ 신차 10대 중 4대는 SUV 팔릴 듯

SUV는 지난해 소비자들에게 가장 사랑받은 차급이다. 올해도 시장 전망은 긍정적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작년 말 발간한 '2016년 자동차산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SUV는 차급별로 가장 많은 45만대가 팔려 내수시장 점유율 37%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팔리는 신차 10대 중 4대가까이 SUV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SUV 판매 호조세가 예상되는 이유는 지난해 인기몰이에 나선 SUV 차종들의 신차 효과가 유효한 데다 올 초부터 신모델이 예정돼 있어서다. 투싼, 싼타페, 쏘렌토, 스포티지 등 현대·기아차의 주력 SUV는 올해도 선봉에 나선다. 지난해 늦바람 히트를 기록한 기아차의 대형 SUV 모하비는 유로6 엔진을 얹고 1분기 중 출시된다. 8년 만에 외관을 바꾸고 파워트레인도 교체돼 돌아온다. 하반기엔 르노삼성차 QM5 후속과 쌍용차 렉스턴 후속도 고객 몰이에 나설 예정이다. 수입차 업체들도 BMW 뉴 X1, 렉서스 뉴 RX, 혼다 HR-V 등 SUV 신모델로 판매 확대를 노리고 있다.

업계는 SUV의 폭발적인 성장세가 유가와 상관없는 세계적인 인기 추세로 꼽고 있다. 과거 중대형 SUV가 많이 나왔다면 최근 들어선 가격 부담을 낮춘 소형 SUV로 차급이 낮아지고 있다. 국내외 자동차 제조사들도 소형 SUV를 적극 출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쌍용차 티볼리, 르노삼성 QM3, 쉐보레 트랙스 등 3개 모델은 8만대 가량 팔렸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과거 중대형 SUV가 인기를 끌었다면, 앞으로는 폭스바겐 티구안 급의 컴팩트 SUV가 활성화 될 것"이라며 "저유가로 인해 가솔린 SUV에 대한 수요 확대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 저유가 만난 중대형 승용차 웃는다

지난해 승용차 판매 10위권을 보면 모닝과 스파크, 아반떼를 제외하면 나머진 중형차급 이상 자동차가 팔렸다. 새해에는 저유가를 등에 입고 각 업체마다 중대형급 신차는 줄을 잇는다. 제네시스 EQ900와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를 필두로 중형·준대형 및 대형 승용차 시장은 커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EQ900의 본격 출고와 함께 제네시스 부분변경 차종인 G80를 선보인다. 기아차는 이달 2세대 K7을 출시한다. 3월에는 르노삼성이 SM5 윗급인 탈리스만(국내명 SM6)을 주력 모델로 내놓는다. 작년 하반기 주문이 쇄도한 쉐보레 임팔라는 공급 물량을 확대한다. 쉐보레의 신형 말리부와 벤츠의 신형 E클래스도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올해는 제네시스 G90·G80, 신형 K7, 하반기 신형 그랜저 등 대형 승용급의 신모델에 상당히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입 고급차 시장 확대도 중대형차 수요를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와 같은 두자릿수 성장은 어렵더라도 올해도 수입차 시장은 8~9% 성장 여력이 있다. 올 연말까지 수입차 업체들은 무려 50여종의 신차를 쏟아낸다. 국산차 업계 20여종에 비하면 신차 공세가 거셀 전망이다.

◆ 친환경차 대중화 발걸음

고효율을 무기로 하는 하이브리드차는 저유가 벽을 만났다. 소비자 입장에서 기름값이 싼 상황에서 굳이 가격 부담을 안고 하이브리드 차량을 구매할 이유는 없다. 쏘나타의 경우 동일 옵션 기준으로 쏘나타(가솔린)보다 쏘나타 하이브리드가 500만원 가량 더 비싸다.

그럼에도 친환경차에 대한 소비자 관심은 올라갈 전망이다. 현대차가 오는 7일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인 '아이오닉'의 언론 공개를 시작으로 판매에 돌입한다. 기아차도 상반기 중 하이브리드 특화 모델인 '니로'를 내놓는다. 완성차를 대표하는 현대·기아차가 프리우스와 같은 하이브리드 전용차를 처음 내놓는 것이어서 친환경차 대중화에 한발 다가설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도요타가 상반기 4세대 프리우스를 출시하는 것도 시장 확대 요인이다.

정부 보조금 500만원을 지원 받는 PHEV 차량도 날개짓을 예고하고 있다. 쏘나타·K5 PHEV를 비롯해 쉐보레 2세대 볼트, BMW 3시리즈 PHEV, 아우디 A3 PHEV 등 다양한 신차들이 국내 소개된다.

현대차그룹 산하 자동차산업연구소는 내년 전세계 친환경차 수요가 전년 대비 17% 성장한 220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업체별 신차 출시 확대로 작년(-3.4%)에 비해 증가세로 전환한다고 예측한 것이다. 다만 충전 인프라 부족으로 충전용 전기차 및 PHEV 차량이 보급되기까진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하이브리드차 등 신차 효과는 있지만 폭스바겐 사태 이후에도 디젤차 비중 감소 폭이 낮을 것으로 보여, 소비자 구매 패턴이 친환경차로 빠르게 이동하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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