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유통업체 이온, 지역별 특화 점포로 리모델링
[ 도쿄=서정환 기자 ] 거의 모든 제품을 취급하는 ‘종합슈퍼마켓’이 일본 유통업계에서 밀려나고 있다. 급증하는 1인 가구로 편의점 등에 영역을 빼앗기고 있어서다.
일본 최대 유통업체 이온그룹의 자회사 이온리테일이 식품·의류·가전 등 모든 제품을 취급해온 350개 종합슈퍼를 리모델링해 차별화한 점포로 탈바꿈시킨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4일 보도했다.
일본에선 1952년 게이한전기철도 유통부문(현 게이더스토어)이 오사카의 옛 교바시역에 문을 연 ‘게이 슈퍼마켓’이 슈퍼마켓의 효시였다. 초기 식품 위주에서 1960년대 이후 고도 성장기를 거치며 일용품, 의류, 가전 등 내구소비재까지 다루는 종합슈퍼로 성장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이온리테일은 점포당 수억엔을 투자해 새로운 매장인 ‘이온스타일스토어’로 재개장할 예정이다. 기존 매장 구성이 획일적이었지만 앞으로는 지역 고객과 수요를 반영해 점포를 차별화한다. 가령 육아세대가 많은 지역에선 유기농 식자재나 주부들이 주로 이용하는 전기자전거 전문 매장을 점포 내에 둔다. 주변 의류전문점과의 경쟁이 치열한 지역에선 의류를 판매대에서 철거한다. 이온리테일은 올해부터 연간 50~80개 점포씩 리모델링해 재개장할 것으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망했다. 이온그룹(2월 결산)의 종합슈퍼 사업은 2015회계연도 상반기(3~8월) 87억엔의 영업손실을 냈다.
경쟁회사도 종합슈퍼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세븐앤드아이홀딩스 계열 이토요카도는 2020년 2월 말까지 전체 점포의 20%인 40개 점포를 폐쇄할 방침이다. 올여름 패밀리마트와 경영통합을 추진 중인 유니그룹도 최대 50개의 종합슈퍼를 정리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일본 종합슈퍼가 변신을 시도하는 것은 인구구조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이후 꾸준히 늘기 시작해 지난해 25.1%로 높아졌다. 총 가구수 가운데 1인 가구 비율도 31.2%(2010년)로 증가했다. 1인·고령자 가구가 늘면서 저가 대량 구매자를 겨냥한 종합슈퍼를 대신해 접근성이 높고 소량 구매가 가능한 편의점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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