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쓰면 버려지던 로켓
원형 그대로 회수에 성공
막대한 우주개발 비용
100분의 1 수준으로 절감
[ 박근태 기자 ]
“아무런 손상도 없고 멀쩡했다. 다시 쏠 준비가 끝났다.”
민간 우주개발회사인 스페이스X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지난달 발사 후 원형 그대로 지상에 무사히 착륙한 팰컨9의 상태를 보고받은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한 말이다. 스페이스X는 지난달 21일 숙원이던 로켓 회수에 성공했다. 앞서 머스크의 경쟁자인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가 설립한 블루 오리진도 약 한 달 전인 지난해 11월23일 우주 로켓 뉴 셰퍼드호를 회수했다.
발사 후 그대로 버려지던 로켓을 원형 그대로 발사대로 되돌아오게 하는 회수 기술은 혁명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착륙 때 엄청난 충격을 받은 로켓을 다시 재활용할 수 있느냐는 별개 문제다. 머스크는 지난해 말 트위터를 통해 “팰컨9에 아무런 손상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며 “재발사에 필요한 만 鳧?준비가 끝났다”고 밝혔다. 블루오리진 역시 첫 회수에 성공한 뉴 셰퍼드를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올해가 재활용 로켓 시대를 여는 첫해로 기록될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세계적인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올해 재활용 로켓을 활용해 효율적으로 우주를 개발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그동안 우주 로켓의 천문학적 발사 비용이 우주산업 발전의 가장 큰 제약 요인으로 작용했다.
저가로 로켓 발사를 대행하는 스페이스X가 올초 공개한 1회 발사비는 팰컨9이 6120만달러(약 762억원), 팰컨 해비가 9000만달러(약 1068억원)에 이른다. 미국항공우주국과 미 국방부의 위성을 쏘아 올리는 아틀라스와 델타 로켓 발사비는 무려 2억2500만달러(약 2669억원)에 이른다. 로켓 제작비에 개발비까지 포함하면 비용은 더 올라간다. 한국이 2019년 첫 발사를 목표로 순수 기술로 개발하는 한국형발사체(KSLV-2)는 기술 개발비와 제작비를 합쳐 1조9572억원에 이른다.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이유는 지금까지 제작된 로켓이 모두 1회용이기 때문이다. 발사 로켓을 회수할 수 있으면 엔진이나 추진제탱크를 다시 쓸 수 있지만, 그동안은 그러지 못했다. 회수 기술 확보가 그만큼 어려웠던 탓이다. 스페이스X도 지난해 6월 시험 발사한 로켓이 바다에 띄운 이동식 선박 근처까지 돌아왔지만, 착지 과정에서 배에 부딪히는 시행착오를 겪었다.
로켓을 재활용하면 비용은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팰컨9을 재활용하는 데 드는 비용은 20만달러(약 2억3000만원) 정도라고 스페이스X 측은 설명한다. 머스크는 “로켓을 재활용하면 우주 발사비용을 현재의 100분의 1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고 若翅杉?
전문가들이 로켓을 재활용할 수 있으면 우주산업의 지각변동을 가져올 것으로 보는 이유다. 에어버스, 보잉과 같은 기존 로켓 개발회사들도 재활용 로켓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잇달아 내놨다.
김승조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는 “전 세계가 한정된 예산으로 우주기술에 투자하는 상황에서 재활용 로켓 등 저비용 로켓 활용 여부가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한국형발사체 사업도 앞으로 이런 추세를 감안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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