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차 노동당대회 전 군사력 과시로 충성 유도
핵보유 인정받고 대미 협상력 높이기 포석도
[ 전예진/조수영 기자 ] 김정은이 연초부터 기습적으로 핵실험을 한 배경에는 미국이 있다는 분석이 많다. 북한은 6일 발표한 정부 성명에서 “수소탄 시험은 미국을 위수로 한 적대세력들의 날로 가중되는 핵 위협과 공갈로부터 나라의 자주권과 민족의 생존권을 수호하기 위한 자위적 조치”라고 밝혔다.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근절되지 않는 한 우리의 핵개발 중단이나 핵포기는 하늘이 무너져도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도 했다. 이번 핵실험을 통해 수소폭탄 개발 능력을 대외적으로 과시하고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려는 것으로 우리 당국자는 해석했다.
◆미국 정권 말기 틈타 강공
대(對)미국 협상력을 높이고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북한은 그동안 미국 측에 끈질기게 평화협정을 제안했지만 미국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에 등을 돌린 상황에서 핵실험으로 정면 돌파해 대화의 물꼬를 트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실험 시기를 연초로 잡은 것에 대해 대외적 측면과 대내적 상황을 고려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대외적으로는 대선을 앞둔 미국이 정권 교체기라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은 오바마 정권 말기에 접어든 미국이 대북 강경책을 펴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라며 “새 정부가 들어선 뒤 핵실험을 하면 임기 내내 악연이 지속되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압박이 작을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을 택한 것 같다”고 했다.
◆김정은 생일 이벤트?
8일 김정은의 생일을 앞둔 ‘깜짝 이벤트’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오는 5월 7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인민 선동 차원에서 핵실험을 단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의 성패를 두고 논란이 이는 가운데 북한 매체들은 ‘수소탄 시험 성공’이라며 대대적인 선전을 벌였다. 김정은의 입지를 강화하고 내부 결속력을 다지려는 의도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북한미시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은 7차 당대회 전 경제 성과뿐만 아니라 안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올해 북한은 병진노선에서 한발 나아가 핵무력을 완성하고 경제에 주력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집권 5년차를 맞은 김정은이 체제 불안정을 극복하기 위해 ‘극단적인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장성택과 현영철 등 북한 고위층의 잇단 胎뼈?김정은의 권력 기반이 공고하지 못하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보여줬다”며 “핵실험은 이런 취약한 기반을 강화하려는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남북관계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작년 남북회담이 결렬되면서 북한은 금강산 관광 재개와 5·24 제재 조치 해제 등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다. 핵실험을 통해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에 변화를 가져오게 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북한은 이번 핵실험으로 국제사회의 추가 제재, 대외관계 경색 위기에 놓이게 됐다. 그러나 핵실험의 파급 효과로 볼 때 북한에 이득이라는 주장도 있다. 김 연구위원은 “북한은 그동안 국제무대에서 철저히 소외돼 있었지만 한 번의 핵실험으로 단번에 주목받으면서 몸값을 높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전예진/조수영 기자 ac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