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졸업을 앞둔 (주)동양이 향후 3년간 새 주인을 찾기 어려워졌다. 경영권을 인수하기 위해선 최소 지분 33%를 확보하도록 정관이 변경돼서다. 현금 5000억원을 보유한 알짜배기 회사를 적대적 인수합병(M&A) 세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안전장치를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주)동양은 최근 이사진 숫자를 최대 16명에서 10명으로 줄이는 내용의 정관 변경안을 통과시켰다. 동시에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외이사 3명을 새로 선임했다. 대표이사는 김용건 (주)동양 법정관리인이 맡았다. 대표이사 및 사외이사 임기는 3년이다. 이로써 (주)동양 이사진은 8명으로 늘어났다.
이 회사를 인수하기 위해선 기존 이사의 해임이 필요하다. 기존 이사 해임은 특별결의 요건을 따르도록 정관이 바뀌었다. 특별결의는 주주총회 총 참석주주 3분의 2 이상, 전체 발행주식 3분의 1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최소 전체 지분의 33%를 확보해야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다.
(주)동양의 최대주주는 유진기업으로 보유 지분은 약 8%다. 뚜렷한 대주주가 없는 상황에서 지분 33%를 확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주)동 瑛?인수하기 위해선 장내에서 지분을 대거 사들여야 한다”며 “지분을 늘리는 과정에서 주가가 급등해 인수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정관 변경은 (주)동양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 5000억원과 관련돼 있다는 게 업계 해석이다. (주)동양은 동양시멘트 지분을 삼표에 팔면서 현금 5000억원을 보유한 알짜회사가 됐다. 회사의 보유 현금을 노린 세력이 인수를 시도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법원이 (주)동양을 법정관리에서 졸업시키되 투기 세력의 인수 시도를 막기 위해 안전장치를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결국 (주)동양을 인수하기 위해선 기존 이사진을 설득하거나 3년 뒤 이사 임기가 만료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정관 변경으로 먹튀 세력의 인수 시도는 물 건너갔지만 (주)동양은 상당 기간 주인 없는 회사로 남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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