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구조개혁이 말장난인가

입력 2016-01-07 17:49  

안현실 논설·전문위원·경영과학박사 ahs@hankyung.com


‘연속적이지 않은, 틀과 관행의 변경’ ‘외부 충격에 의해서가 아닌, 내부로부터 발생하는 새로운 변화’ ‘구(舊)결합에서 신(新)결합으로의 대체.’ 조지프 슘페터가 《경제발전의 이론》에서 말한 발전의 본질이란 바로 이런 것들이다. 그는 또 《자본주의·사회주의·민주주의》에서 ‘산업적 돌연변이’ ‘끊임없이 경제구조를 혁신하며 옛것을 파괴하는 것’ 등의 표현으로 ‘창조적 파괴’의 의미를 전한다.

여기저기서 떠드는 구조개혁의 정체가 모호하다. 그러나 슘페터가 말하는 구조개혁은 분명하다. ‘불연속적’ ‘내생적’ ‘동태적’ 개혁이다. 그리고 그런 개혁이라야 새로운 경제발전으로 가는 길이요, 그게 곧 자본주의 경제라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2015~2018년 3.0~3.2%로 추정했다. 이대로 가면 2%대 추락도 시간문제다. 2001~2005년 2.0%포인트이던 기술진보 등 총요소생산성의 기여도도 2015~2018년엔 0.8%포인트로 뚝 떨어진다. 경제가 낡은 성장궤도에서 새로운 성장궤도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구조개혁의 절박성이 드러난다.

하지만 정치권은 그렇다치고 정부의 구조개혁 의지가 얼마나 되는지도 의심스럽다. “체력을 유지하면서 수술을 해야지 체력도 유지가 안 되는 상황에서 구조개혁을 어떻게 하나.” 곧 물러가는 최경환 경제팀이 등장했을 때 한 말이다. 이른바 단기 부양책과 구조개혁 조화론이다. 말이 좋아 조화론이지 경제가 어렵다 싶으면 늘 써먹는 수법이다. 간혹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구조개혁 발언으로 눈길을 끌기도 했지만 그 역시 행동은 따로였다.

구조개혁이 추동력을 못 갖는 것도 당연하다. 그나마 했다는 개혁도 알맹이 없는 껍데기이기 일쑤다. 실제로 집권 4년차를 맞아 현 정부가 실적으로 내세우는 ‘공공개혁’이 개혁다운 개혁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별로 없다. 또 정부는 ‘노동개혁’만 되면 금방이라도 일자리가 쏟아질 것처럼 말하지만 지금의 노동개혁으론 크게 달라질 것도 없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금융개혁’은 다를까. 금융당국은 기술금융, 핀테크, 인터넷전문은행 등을 내세우지만 현장의 평가는 사뭇 다르다. 그런데도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말은 화려하기 짝이 없다. “앞으로는 규제완화 차원의 ‘착한 개혁’을 넘어 ‘거친 개혁’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거친 개혁’의 첫 번째 과제로 들고나온 건 생뚱맞게도 ‘금융회사의 성과주의 문화 정착’이다. 금융회사 경영진이 할 일이 어째서 금융당국의 거친 개혁 1순위인지 알 수가 없다. 혹 거친 개혁이 신(新)관치를 뜻하는가. 금융개혁인지, 금융당국 실적 쌓기인지 분간이 안 된?

‘교육개혁’은 더 심하다. 특히 대학 구조개혁이 그렇다. 교육부는 규제는 그대로 두고 예산을 무기로 대학을 개혁하겠다는 식이다. 대학 퇴출이란 말 자체도 슬그머니 사라졌다. 빅브러더 교육부만 살판났다. 차라리 예산 지원을 끊고 규제를 없애면 살아날 대학, 문 닫을 대학이 바로 판가름 날 수도 있다. 하지만 빅브러더는 그런 구조개혁을 제일 경계하는 눈치다.

결국 정부의 공공·노동·금융·교육 등 4대 개혁 중 ‘불연속적’ ‘내생적’ ‘동태적’인 슘페터식 진짜 구조개혁은 하나도 없다. 하나마나한 구조개혁이어서 말장난만 무성한지도 모르겠다.

안현실 논설·전문위원·경영과학박사 a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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