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의 골프 재해석 (15)] 골프공은 내 마음을 담는 그릇…욕심·두려움·화 다스려야 굿샷

입력 2016-01-08 20:29   수정 2017-05-25 15:37

공은 요물?

김헌 < 마음골프학교 교장 >



골프공은 43g이다. 지름은 42㎜ 안팎이고 고무와 수지 계열의 합성물질로 돼 있다. 골프 초기에는 나무와 솔방울 같은 것으로 시작했을 테고, 세월이 지나면서 가죽 커버에 젖은 깃털을 넣어 사용했다(페더볼). 그러다 나무 진액을 말린 공이 나왔고(구타페르카볼), 탱탱볼 같은 것에 고무줄을 칭칭 감아서 쓰는 공(코번 해스켈볼)을 거쳐 현대적인 형태로 발전했다. 거의 400년을 썼던 페더볼은 클럽 가격보다 비쌌다는데 아무리 날려도 150m를 넘기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스윙의 역사는 골프클럽의 발달과 공의 변천사이기도 하다. 현재 우리가 하는 스윙은 지금의 공과 클럽으로 할 수 있는 최적화된 운동을 모색한 것일 뿐이다.

뜬금없이 공을 재해석하자고 하는 것은 공의 물리적·화학적 특성을 이해하자는 것이 아니다. 공의 객관적 물성은 샷하기 전에도, 샷을 한 뒤에도 변함이 없다. 그렇지만 주관적으로 느끼는 공은 그렇지 않다. 공은 요물이다. 어느 날 탁구공 같던 공이 쇠구슬처럼 느껴진다. 홀컵에 쏙쏙 들어갈 수 있는 유리구슬처럼 작게 보이던 공이 어떤 날엔 엄청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 물리적·화학적으로 규정된 공의 물성이 어쩌면 허상의 세계이고, 주관적으로 느끼는 공이라는 놈이 실상의 세계인지도 모르겠다.

골프채와 공의 상대적인 관계에서도 공은 변한다. 정지상태에서 클럽과 공은 300g 대 40g 정도로 만만하고 비등한 관계일지 모른다. 하지만 동적인 상태로 가면 1t을 훌쩍 넘는 파괴력과 40g의 소소한 물체가 돼버린다. 그렇게 보잘것없던 공이 임팩트를 거치고 나면 총알이 돼 전화번호부를 뚫고 날아간다. 천변만화(千變萬化), 공의 변화는 몸과 마음의 변화를 그대로 반영한다. 몸이 무거운 날 공이 무거운 것이고, 마음이 산란할 때 공 또한 흔들리는 법이다.

빈 스윙 멋지게 하고 실제 공을 치러 들어가서는 같은 사람인가 싶은 샷을 한다. ‘공만 보면 왜 이러지?’ 하면서 머리를 치고 가슴을 쓸어내리지만 실은 공을 보면 인간이 달라지는 것이다. 공이 없을 때의 스윙은 그야말로 무념무상이다. 그렇지만 공이 내 앞에 놓이면 스윙은 돌변한다. 공이 바로 내 마음을 담는 그릇이기에 그렇다. 공은 욕심을 담기도 하고 두려움을 담기도 한다. 긴장을 담기도 할 것이고 화를 담기도 한다.

멋진 샷을 날리려면 공에 실리는 자신의 마음을 잘 읽어야 한다. 어린아이를 대하듯, 손님을 대하듯 그 마음을 잘 관찰하고 보살피다 보면 어느덧 야생마와 같던 감정의 덩어리는 자취를 감춘다. 이른바 관법(觀法)이라는 명상의 한 방법이다. 공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동일한 스윙이라는 것은 우리 평생의 염원이다. 쉽게 달성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니고, 한 번 도달했다고 해서 그리 오래 유지되지도 않는다. 그러려니 하면서 샷을 하는 매 순간 스스로의 마음을 돌아보는 거울로 삼으며 살아야 한다. 내 수양의 깊이 이상 골프가 깊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골프는 오래도록 함께하는 친구다.

김헌 < 마음골프학교 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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