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 골프 펼치며 7언더파 단독 2위
드라이빙 아이언 꺼내들고 파5홀에서 2온 시도하기도
패트릭 리드, 1타 차 1위…대니 리도 공동 3위 선전
[ 이관우 기자 ] “쇼는 끝나지 않았다.”
새해 첫 미국프로골프(PGA) 대회인 현대토너먼트오브챔피언스 개막을 하루 앞둔 7일(현지시간). 세계랭킹 1위 조던 스피스(미국)는 대회장인 미국 하와이의 카팔루아 플랜테이션코스(파 73·7453야드)에서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의 앙코르를 기대해도 좋으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새로운 영웅의 탄생을 알렸던 지난해처럼 올해도 화려한 쇼를 선보이겠다는 자신감을 가장 강렬한 화법으로 표현한 것이다. 늘 “한타 한타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자세를 낮췄던 지난해의 스피스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스피스 ‘발톱’ 세우고 공격 골프
스피스는 지난 시즌 5승을 올렸다. US오픈과 마스터스 등 메이저 2승을 포함해서다. 21세에 한 시즌 메이저 2승을 올린 선수는 1922년 진 사라센 이후 93년 만이었다. 그는 길지 않지만 안정된 샷과 정교한 퍼팅으로 PGA 무대를 단박에 흔들어놨다. 하지만 늘 모범생이라는 이미지를 달고 다녔다. 우승 퍼팅 이후의 포효도 크지 않았다. ‘그랜드슬램을 달성해 보이겠다’는 식의 도발적 발언도 하지 않았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에 대한 향수가 남아 있는 골프팬들 사이에선 ‘골프는 기가 막히게 잘하지만 매력이 덜하다’는 평이 나오기도 했다.
그랬던 스피스가 달라졌다. ‘쇼를 기대해도 좋다’는 식의 흥행성 발언뿐만이 아니다. 8일 단독 2위로 마친 이 대회 첫 라운드에서도 변화가 감지됐다.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가 78위인 그는 최장 360야드의 티샷을 날리며 4개의 파5홀을 공략해 모두 버디를 잡아냈다. 보기 없는 무결점 플레이로 잡아낸 7개의 버디 가운데 4개가 파5에서 나왔다.
15번홀(555야드)에선 좀처럼 꺼내지 않는 드라이빙 아이언을 잡고 세컨드 샷으로 2온을 노리기도 했다. 깊고 넓은 계곡을 넘겨 쳐야 하는 18번홀(663야드)에서는 325야드를 남긴 상황에서 하이브리드로 2온을 시도했고, 결국 버디를 낚았다. 스피스는 8언더파로 단독 1위에 올라선 패트릭 리드(미국)에 대해 “우리는 누군가를 꼭 이겨야 하는 경쟁을 한다. 그게 최고의 샷이 나오는 배경”이라며 공격적인 경기를 펼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인천 사나이’ 대니 리, 산뜻한 출발
스피스가 공격적으로 타수를 줄여간 반면 그의 강력한 경쟁자인 제이슨 데이(호주)의 샷은 다소 무거웠다. 3언더파 공동 12위. 이날 평균 309야드의 드라이버샷을 날린 그는 건재한 장타력을 증명해 보였다. 하지만 티샷 15개 가운데 절반도 안 되는 7개만 페어웨이에 떨궈 정확도(46.6%) 면에서 세계랭킹 2위의 체면을 구겼다. 32명의 참가자 가운데 페어웨이 적중률이 31위였다. 퍼팅도 홀당 1.88회로 최하위권인 24위에 그쳤다. 1라운드 평균 스코어 68.68타로 PGA투어 전체 1위였던 지난해의 기량과는 천양지차다.
좀체 보기 힘든 실수도 범했다. 280야드 정도 남은 거리에서 친 18번홀 세컨드 샷이 오른쪽으로 크게 휘는 ‘생크(shank)’가 된 것. 운도 따르지 않았다. 4m 거리의 마지막홀 버디 퍼트가 홀컵을 스치고 튕겨 나왔다.
관심을 모은 장타자 버바 왓슨과 단타자 잭 존슨(이상 미국)의 첫날 맞대결에선 왓슨이 4언더파를 쳐 3오버파를 친 존슨에 판정승을 거뒀다.
한국계 선수 중에는 대니 리의 기세가 무서웠다. 지난해 10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 이후 3개월 만에 처음 공식대회에 출전한 그는 버디 6개로 6언더파 67타를 쳐 공동 3위에 올랐다. 보기 없는 안정적인 경기를 펼쳐 프로 8년차의 관록에 자신감까지 붙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면 지난해 노던트러스트오픈 챔피언 자격으로 참가한 재미 동포 제임스 한은 3오버파(31위)로 출발이 부진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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