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난민정책 갈등 격화…"메르켈 아웃" vs "나치 아웃"

입력 2016-01-10 19:27   수정 2016-01-10 19:30

극우 시위대, 메르켈 퇴진 요구하며 경찰과 충돌

"난민 성폭력 사건 악용한 인종차별 안돼" 맞불집회



[ 박종서 기자 ] 독일 쾰른에서 벌어진 난민들의 집단 성폭력 사건으로 난민정책을 둘러싼 독일 사회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극우 시위대는 난민 수용에 관대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퇴진 등을 요구하며 경찰과 충돌했고, 극우세력 주장에 반대하는 맞불집회도 이어졌다.

독일 dpa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유럽의 이슬람화를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PEGIDA·페기다)’ 등 극우 성향 시위대 1700여명이 9일(현지시간) 쾰른 대성당 주변에서 난민유입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7일 독일 경찰은 쾰른 중앙역 광장과 대성당 주변에서 작년 12월31일 열린 새해맞이 행사 중 379건의 성폭력, 추행, 폭행, 강도사건이 발생했고 확인된 용의자의 다수가 난민 신청자라고 발표했다.

시위대는 ‘강간난민(repefugee)’이라는 신조어로 난민을 비난하고 “메르켈은 반드시 물러나야 한다”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가 맥주병과 폭죽 등으로 폭력을 행사하자 경찰은 최루가스, 물대포, 경찰봉 등을 사용해 해산시켰다.

극우 시위대를 비난하는 집회도 열렸다. 맞불집회에는 1300여명이 참여했으며 페기다 시위대를 향해 “나치 아웃” 등의 구호를 외쳤다. ‘파시즘은 대안이 아니라 범죄’라는 팻말을 든 시위자도 있었다. 시위에 참가한 에밀리 미첼스는 “페기다가 성폭력 사건을 악용해 인종차별적인 주장을 퍼뜨리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일부 난민의 성폭력 사건이 독일 사회에 잠재된 난민정책 갈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며 “소수자 비판을 금기시했던 사회 분위기도 나빠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10만명의 난민을 받아들인 메르켈 총리는 난민에 대한 거부감이 높아지면서 “난민이 법규를 위반한다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법률이 충분하지 않다면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난민 지위 신정자는 3년 이상의 징역을 선고받아야 추방할 수 있는데 성폭력 형량은 여기에 미치지 않는다.

하이코 마스 독일 법무장관은 “추방 가능한 형량을 1년 이상으로 낮추면 쾰른사건 범죄자들이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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