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절하, 경기부양 보다는
외국인 자금이탈만 초래
한국, 중국 불안에 가장 큰 피해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 김우섭 기자 ] 새해 벽두부터 위안화 절하와 주가 폭락을 계기로 ‘중국발(發) 칵테일 위기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칵테일 위기란 조지 오즈번 영국 재무장관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처음 언급한 것으로 특정 사건을 계기로 잠복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는 현상을 말한다. 저유가 쇼크, 신흥국 자금이탈, 유럽통합 붕괴 등이 언제든 터질 수 있는 위기 증후군이다.
중국발 칵테일 위기설의 실체를 알아보기 위한 논리적 근거로 ‘나선형 악순환 이론’을 꼽는 학자가 많다. 경제학에서 한동안 사라졌던 이 이론이 중국 경제가 당면한 각종 현안, 그중에서 중국 관련 위기설을 설명하는 데 재차 거론되는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사회주의 국가의 성장 경로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중국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의 성장 경로를 보면 초기에는 노동, 자본 등 생산요소의 양만 늘려 성장하는 ‘외연적 단계’를 거친다. 북한의 경우 ‘새벽별 보기 운동’이 대 ?岵甄? 이 단계가 한계에 부딪히면(노동의 경우 ‘루이스 전환점’) 이후에는 생산요소의 효율성을 중시하는 ‘내연적 단계’로 넘어간다.
대부분 사회주의 국가는 이 경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자산거품 등과 같은 심각한 성장통을 겪는다. 중국은 이런 후유증을 걷어낼 목적으로 1차로 2004년 하반기부터 1년6개월 동안, 2차로 2010년부터 긴축정책을 추진해왔다. 특히 중국 정부가 물가를 잡는 데 주력해온 것이 다른 사회주의 국가와 다른 점이다.
하지만 긴축정책의 주 수단으로 삼은 금리 인상이 대내외 여건이 따르지 않아 실패했다. 1차 긴축 초기에는 의욕적으로 금리 인상을 단행했으나 때마침 불어닥친 증시호황으로 국내 여신을 잡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차 긴축기에는 선진국이 금리를 대폭 내리자 중국과의 금리 차를 노린 핫머니가 대거 유입돼 부동산 거품이 더 심해졌다.
결국 긴축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금리 인상→핫머니 유입→통화 팽창→자산거품→추가 금리 인상’의 나선형 악순환 고리가 형성돼 긴축기간이 10년 이상 길어졌고 경기가 둔화되기 시작했다. 이런 악조건에서 느닷없이 불거져나온 ‘그림자금융’을 해결하기 위해 추가로 긴축을 단행하다 보면 2차 나선형 악순환 국면은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
뒤늦게 그림자금융의 심각성과 나선형 악순환 고리를 인식한 중국 정부는 최악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긴축정책의 방향을 대거 수정했다. 2014년 11월 이후 금리 인하를 중심으로 경기부양에 나섰다. 작년 8월에 이어 올해 들어서는 위안화 평가절하를 비교적 큰 폭으로 단행했다.
하지만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 중국이 금리 인하와 위안화 평가절하를 추진하면 정책적으로 ‘오류’가 될 가능성이 높다. 통화가치를 감안한 어빙 피셔의 국제간 자금이동설에 따르면 이런 상황에서의 금리 인하는 경기부양보다 긴축 추진 과정에서 유입된 캐리자금의 이탈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캐리자금의 이론적 근거인 피셔의 국제간 자금이동설은 ‘m=rd-(re+e)’로 정의된다. 이때 m은 자금 유입액, rd는 투자대상국 수익률, re는 차입국 금리, e는 환율 변동분을 말한다. 즉 위안화 가치를 감안한 미국 금리(re+e)가 중국 금리(rd)보다 높으면 달러자금을 빌려 중국에 투자한 자산이 이자와 환차손이 동시에 늘어나 자금을 회수하게 된다. 캐리자금이 이탈할 때 디레버리지(차입 축소)까지 겹치기 때문에 중국 금융시장은 신용경색이 심해지고 경기는 둔화된다.
특정위기가 ‘위기 확산형’으로 악화할 것인가 아니면 ‘위기 축소형’으로 수렴할 것인가는 두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하나는 얼마나 돈을 빌렸느냐는 레버리지 비율, 다른 하나는 투자자가 얼마나 넓게 퍼져 있는지를 보는 투자분포도다. 두 지표가 높을수록 위기가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위기 발생국보다 차입 축소 대상국에 더 큰 ‘나비효과’가 발생하기도 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악화된 것은 위기의 주범이던 미국 금융회사의 이 두 지표가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아직 중국은 두 지표 모두 낮은 편이다. 일부 우려대로 중국 ?칵테일 위기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미국식 글로벌 금융위기로 악화될 소지는 적다.
그 대신 위기비용을 중국이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 JP모간이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충격이 큰 국가를 ‘취약 5개국(F5: Fragile 5)’으로, 모건스탠리가 중국발 칵테일 위기로 충격이 큰 국가를 ‘투자불안 10개국(T10: Troubled 10)’으로 구분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은 ‘T10’에 속한다. 한국 정부의 정책대응은 이 대목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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