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사원·마케팅 없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
초미립자 분해 기술로 승부
'만든 사람이 가장 잘 고쳐'…모든 엔지니어가 AS요원
[ 이지수 기자 ] 고압 분무기 제조업체 에스엠뿌레의 홍기술 대표는 2010년 설날 연휴를 보내다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태국 거래처 대표였다. 납품받은 소독용 분무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홍 대표는 그날 저녁 곧바로 방콕행 비행기를 탔다. 거래처로 직행해 문제가 생긴 제품 분출구를 간단히 손봐 해결했다. 태국 업체가 주문한 제품은 단 1대였다. 홍 대표는 “소비자가 불만을 얘기하면 이를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일이 알려진 뒤 태국 납품 물량은 1000대로 늘었다.
◆기술력과 사후관리로 승부
2009년 설립한 에스엠뿌레는 초미립자 분무기를 제조한다. 모터에서 고압 공기를 관으로 분사해 약제를 뿌리는 기계다. 신종플루, 조류인플루엔자 등 전염병이 발생하면 방역에 사용된다. 지난해 메르스가 퍼졌을 때는 하루 300대꼴로 팔렸다. 국내 매출은 30억원, 수출은 40억원이었다. 세계시 ?점유율 5위, 국내는 1위다.
홍 대표는 “에스엠뿌레의 경쟁력은 최고 제품을 생산하고, 그 품질을 유지하는 발 빠른 사후관리”라고 말했다. 이 회사에는 영업사원이 없다. 마케팅은 해외박람회에 참가하는 것이 전부다. 생산인력 전원이 사후관리도 한다. 만든 사람이 직접 고쳐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불만을 접수하면 당일에 해결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홍 대표가 직접 현장에 나가는 때도 많다.
제품경쟁력도 갖췄다. 독일 아이지바 등 경쟁사 제품과 비교하면 분사했을 때 두 배 멀리 나간다. 홍 대표가 직접 개발한 분사노즐 덕분이다. 이 노즐은 용액을 초미립자로 분해해 멀리 날아가게 한다. 용액을 담을 수 있는 통의 크기도 키웠다.
◆“직접 고치다가 제품 개발”
홍 대표는 1989년부터 세척용 고압분사기를 수입, 판매했다. 주로 국내 청소 대행업체와 세차장에 팔았다. 간혹 축산업자 등이 방역용으로 구매하기도 했다. 소독약만 적당히 주입하면 곧바로 뿌릴 수 있었다.
하지만 농약 분무기로 쓰면 고장이 자주 났다. 모터와 전기배선 등 부품에 액체가 흘러들어가 문제를 일으켰다. 홍 대표는 직접 수리하며 조금씩 제품을 개조했다. 내구성이 좋아지자 주문이 밀려들었다.
자신감이 붙은 홍 대표는 기존 제품을 개조하는 게 아니라 아예 새 제품을 개발해보기로 했다. 2006년 국산화에 성공해 특허와 디자인 등록을 했다. ‘뿌레’로 이름을 지었다. 잘 뿌린다는 의미다. 2009년부터 기존 수입판매업을 접고 소독용 분무기 생산 판매에 전념하고 있다. 에스엠뿌레는 현재 해외 50개국에 수출한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과 동남아시아에서 반응이 좋다. 홍 대표는 “소독용 분무기 시장에서 세계 1위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지수 기자 oneth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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