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달려드는 공룡에 '움찔'…볼수록 재밌는 '기어 VR', 만인의 장난감 될까

입력 2016-01-12 09:06  

10만원대 가격으로 집에서 만나는 가상현실
간편한 조작·실감나는 VR…착용감·콘텐츠는 아쉬워




삼성전자의 '기어 VR'은 어른들의 신종 장난감이다. 어릴적 공상과학(SF) 영화에 나오던 가상현실(VR)을 집에서 경험할 수 있는 최첨단 장난감이다. 기어 VR은 적어도 '키덜트(아이 같은 취향을 가진 어른)'의 눈을 사로잡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기자는 키덜트와는 거리가 멀다. 제품을 살 때면 실용성과 가성비부터 따지고 드는, 딱딱한 어른 취향이다. 기어 VR을 써보기 전 두 가지 궁금증이 떠오른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얼마나 재미있을까?'와 '무엇을 보는 데 쓸까?'라는 질문이다.

기어 VR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을 꽂아 가상 현실을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든 주변 장치다. 이번에 써본 기어 VR은 삼성전자의 특정 스마트폰 전용이던 '기어 VR 이노베이터 에디션'과 달리 갤럭시노트5와 갤럭시S6 및 S6엣지 등과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기어 VR의 첫 인상은 투박하다. 고?형태의 기어 VR을 쓴 모습은 영화 속에서 뛰쳐나온 로보캅처럼 다소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전작보다는 디자인이 작고 심플해졌지만 내구성이 약해 보이는 플라스틱 덮개나 '찍찍이(벨크로)' 형태의 고정 밴드 등은 여전히 아쉽다. SF 영화에 나올 법한 미래지향적 기기지만, 디자인은 그에 걸맞는 환상을 담지 못한다.

처음 접하는 생소한 기기임에도 조작은 어렵지 않다. 기어 VR에선 사용자가 보는 방향에 따라 화면이 360도로 이동한다. 사용자의 움직임에 따라 환면이 전환하는 '헤드 트래킹' 기술 덕분이다.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면 화면도 왼쪽을 따라 보여주는 식이다.

제품 오른편에 있는 터치 패드 형태의 컨트롤러도 사용하기 편하다. 처음에는 터치 감도에 적응하는 것이 다소 어려울 수 있지만 조작법 자체는 쉽다. 설명서가 없어도 될 만큼이다. 터치 패드 위와 앞에는 뒤로 가기 버튼과 음량 조절 버튼이, 상단에는 초점을 조절하는 휠이 있다.

VR 기기를 평가하는 핵심 요인은 가상현실 구현에 있다. 사용자가 얼마나 눈 앞의 가상현실을 실제처럼 생생하게 느끼느냐가 중요하다. 기어 VR을 놓고 보면 12만9800원이라는 가격에 비교적 완성도 높은 가상현실을 제공한다.

'오큘러스 스토어'에서 VR 전용 콘텐츠들을 다운받으면 이색적인 체험이 가능하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것은 물론이다. 에버랜드의 인기 롤러코스터인 T익스프레스를 타보고, 평소 가보고 싶던 해외 관광 명소들도 둘러본다. 수천만년 전 멸종했던 공룡이 눈 앞으로 다가올 때는 순간적으로 움찔하기도 한다.


몰입감을 높이는 요인은 화질이다. 기어 VR은 스마트폰에서 평면적으로 보이는 이미지를 좌우 두개로 쪼개, 입체적인 3D 효과를 만든다. 왼쪽 이미지는 오른쪽 눈에, 오른쪽 이미지는 왼쪽 눈으로 교차시키는 방식을 통해서다. 사용자가 보는 화질은 장착하는 스마트폰의 화면 해상도에 따라 결정되는 셈이다.

갤럭시노트5의 경우 해상도가 2560x1440이다. 사용자가 보는 화면은 이를 절반으로 자른 1280x1440의 해상도다. 스마트폰 화질보다는 떨어지지만 HD(1280x720)급 이상의 해상도로 제법 선명하게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격자 무늬 픽셀이 보이는, 일명 '모기장 현상'이 나타나지만 가상현실을 경험하기에는 무리가 없다.

아쉬운 점은 착용감이다. 전작보다 약 20% 가벼워졌음에도 오랜시간 착용하기에는 버거운 편이다. 기어 VR(318g)과 갤럭시노트5(171g)를 합친 무게는 얼굴에서 꽤 묵직하게 느껴진다.

전용 콘텐츠의 빈약함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기어 VR이 보다 실용적이고 대중적인 장난감으로 자리 잡으려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오큘러스 스토어에서 다운받은 무료 VR 콘텐츠는 짧은 맛보기식이 대부분이다. 유료 콘텐츠의 경우에는 기꺼이 돈을 주고 볼 만큼 끌리는 것이 많지 않다. 개인의 취향 차이지만 거실에 앉아서 놀이공원이나 콘서트장에 가는 경험은 한 번만으로 충분하다.

그런 점에서 삼성전자가 지난달 내놓은 기어 VR용 웹 브라우저는 더욱 반갑다. 기어 VR 전용 웹브라우저를 이용하면 콘텐츠를 다운받지 않고?유투브 등에서 동영상을 스트리밍으로 바로 볼 수 있다. VR 콘텐츠의 확장과 함께 사용자들의 접근성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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