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수지 기자 ] 멕시코 경제가 살아나면서 미국과 멕시코 관계에도 변화가 생겼다. 멕시코인만 보면 불법 이민자가 아닐까 의심하던 미국 국경지역의 주 정부는 이제 관광과 쇼핑을 즐기는 멕시코 사람들을 지역 경제를 살리는 ‘손님’으로 여기며 환영하고 있다.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미국으로 향했던 멕시코인들도 제조업 호황으로 멕시코 경제가 살아나면서 다시 고국으로 돌아오고 있다.
1990년대 미국 경제가 호황을 누리면서 멕시코인들은 일자리를 찾아 미국으로 떠났다. 주로 건설현장이나 서비스업종에서 일하며 돈을 벌었다. 지난 40년 동안 미국으로 건너간 멕시코인은 1600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달라졌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약 100만명의 멕시코인이 미국에서 멕시코로 돌아왔다. 이 기간 미국으로 향한 멕시코인은 87만여명이었다. 멕시코로 돌아온 역(逆)이민자 수가 해외로 나간 이민자 수를 넘어선 것은 1940년대 이후 처음이다.
미국으로의 불법 이민도 줄어드는 추세다. 2014년 멕시코 국경지역에서 미국으로 불법 입국을 시도하다 체포된 멕시코인 수는 22만7000명으로, 1970년대 이후 가장 적었다.
소득이 늘어난 멕시코인이 미국으로 건너와 관광과 쇼핑으로 돈을 쓰고 가면서 미국 접경지역에서도 멕시코 사람들을 환영하기 시작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멕시코와 국경을 맞댄 미국 애리조나 주 정부는 지난달 연방정부에 멕시코인들이 지금보다 더 많은 지역을 여행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국경통행증을 지닌 멕시코인은 미국에서 멕시코 국경으로부터 북쪽으로 최대 120㎞ 범위 안에서만 여행할 수 있는데, 이 제한을 풀어달라는 것이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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