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창조적 혁신가 양성, '대학 틀깨기'에 달렸다

입력 2016-01-12 17:36   수정 2016-01-13 05:11

"도전적인 창업정신 절실한 시대
대학 강의실과 기업현장 교류 활성화
살아있는 교육해야 한국 경제 산다"

박성진 < 포스테 교수·기계공학 sjpark87@postech.ac.kr >



이병철 삼성 회장, 정주영 현대 회장, 박태준 포항제철 회장과 같은 창조적 혁신가들이 있어서 한국 경제가 눈부시게 발전한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지금과 같은 구조적 저성장 시대를 극복하고 더 나은 미래를 열기 위해서는 이런 혁신가들이 절대 필요하다. 그들처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으로 새로운 산업을 일구고 보통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던 일을 성취하도록 돕는 교육이 요구되는 이유다. 교육기관 중에서도 국가와 사회를 이끌 리더를 키울 의무를 가진 대학이 학생들에게 실패와 성공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지금도 창조적 혁신가를 양성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많은 대학은 각기 차별화된 교육을 시도하고 있다. 우리가 습득하는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생겨나는 지식은 틀에 박힌 대학교육 과정에서 모두 소화할 수 없다. 이제는 학생 스스로 지식을 습득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교육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올린공대는 혁신적인 교육으로 주목받고 있는 ‘작지만 강한 대학’이다. 이 대학에서는 ‘스코프 프로젝트(SCOPE Project)’라는 교과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기업 현장에서 소비자를 위한 제품 설계라는 프로젝트 중심의 수업을 받으면서 팀워크와 엔지니어로서의 현장감각, 기업가 정신을 자연스럽게 습득한다.

포스텍에서도 동문들이 운영하는 기업과 연계해 각 기업이 요청하는 미래상품 연구개발에 재학생이 참여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상품개발 과정을 체험하고, 창업 경험과 노하우를 선배로부터 생생히 전수받을 수 있어 창업을 꿈꾸는 학생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젊은 대학생이 창업에 도전적으로 나서도록 도와주는 교육프로그램은 학교 내부의 역량에 외부기업의 역할이 더해져 시너지를 이룰 때 더욱 효과적이다. 특히 기업이 지향하는 미래기술 개발에 학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일이 매우 중요한데, 여기에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대학의 문화가 더해질 때 학생의 도전정신은 훨씬 치열해진다. 요즘 젊은이는 위험한 도전을 포기하고 안정적인 생활만 추구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대학 캠퍼스에서 만나는 학생들의 열정과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예전과 다름없이 뜨겁다. 모든 젊은이는 크든 작든 새롭고 가치 있는 일에 도전하려고 하는 DNA(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며, 이들이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는 것은 대학의 책무다.

대학 교육 특히 공학교육의 중요한 목표는 산업 현장을 이끌 공학자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경제 발전에 공헌할 기업을 일궈낼 창업자, 즉 ‘창조적 혁신가’를 양성하는 것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한발 앞서 이끌어나갈 혁신가를 키우기 위해 대학은 남다른 교육방식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혁신해 나가야 한다.

대학, 특히 이공계 특성화대학부터 강의실에서 일방적인 수업을 받는 고전적인 교육방식의 틀을 깨야 한다. 학생 스스로 풀고자 하는 문제에 도전하고, 때론 실패에서 배우고 다시 도전하는 정신을 갈고 닦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까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또는 국가에 필요한 새로운 가치, 기술을 창조할 수 있는 새로운 교육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지난해 말 이공계 특성화 대학들이 발표한 혁신안은 의미 있는 출발점이라고 믿는다. 대학의 ‘틀깨기’ 노력을 통해 도전정신과 기술지식을 겸비하고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새로운 혁신가의 탄생을 기대해 본다.

박성진 < 포스테 교수·기계공학 sjpark87@postech.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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