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재무제표만 파고들지 마라…모바일 시대 '진짜 자산'은 장부에 없다"

입력 2016-01-12 17:55  

새해엔 돈 좀 벌어봅시다

멘토 릴레이 인터뷰 (5)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구글·아마존 등 혁신기업 주가, 장부상 자산가치로 설명 안돼
PBR로 종목 고르던 시대 지나

돈 잘 벌던 제주 리조트 판 건 이익 더 늘지 의문 들어서
이익의 양보다 '질'부터 따져야

혁신기업 표본은 알파벳·카니발·스타벅스



[ 송형석/안상미 기자 ] “자산 1조원짜리라도 시가총액은 5000억원 미만인 기업이 수두룩합니다. 이런 기업의 주가가 정말 싼 것일까요. 제 대답은 ‘노(No)’입니다.”

성장주와 가치주로 양분된 기존 분석틀에 ‘성장가치주’라는 새로운 투자 패러다임을 제시한 인물로 유명한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사진)은 “주가를 주당순자산으로 나눠 구한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기반으로 ‘싼 주식’과 ‘비싼 주식’으로 가르는 계산법은 유효기간이 지났다”며 “이제 우리에게 익숙한 기법들과 결별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매력 없는 이유

강 회장은 “기업의 허실을 보여준다는 재무제표가 의외로 기업의 실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토지, 자본, 노동 등 경제학에서 말하는 ‘생산의 3요소’만 장부에 자산으로 잡힌다는 이유에서다. 강 회장은 “모바일 디지털 네트워크라는 새로운 가치를 생산의 네 번째 요소로 설정해야 구글이나 아마존과 같은 혁신기업들의 비싼 주가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며 “이런 기업에 장부상 자산가치 기준을 들이대는 것은 우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모바일 기업들의 주가에 거품이 끼어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고개를 저었다. “가입자가 충분히 많다면 자산이 많은 기업보다 훨씬 더 안전하다고 봐야 합니다. 이런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지 못하더라도 다른 기업에 비싸게 팔려나갑니다. 주주들 입장에선 나쁠 게 없는 시나리오지요.”

강 회장은 “특정 시기의 이익이 많고 적음도 생각만큼 중요하지 않다”며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이 가지고 있던 제주 리조트의 사례를 들었다.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이 제주에 테마파크 시설을 갖춘 리조트를 세운 것은 2008년이다. 사업 초기부터 승승장구해 4년 연속 흑자를 냈다.

하지만 강 회장은 지난해 이 리조트를 처분했다. “당장 돈을 벌어주는 사업이긴 했지만 이익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구조였기 때문입니다. 경쟁자가 생기면 순식간에 적자로 돌아설 수도 있겠다고 판단했어요.” 이익의 양보다는 질을 먼저 봤다는 설명이다.

강 회장은 좋은 기업을 고르는 요령으로 이익의 질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를 만들고 나름의 점수?매기는 방법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가격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이 있느냐 △판매량을 쉽게 늘릴 수 있느냐 △사업포트폴리오를 짧은 시간 내에 바꿀 수 있느냐 △지역별 매출 다변화 능력이 있느냐 등이다. 이 지표를 적용하면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도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강 회장은 “단기간에 판매량을 늘리기도,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꾸기도 쉽지 않다”며 “길게 들고 갈 만한 종목은 못된다는 결론을 내린 이유”라고 말했다.

스타벅스가 매력적인 이유

‘꿈(잠재 수요)’과 ‘현실(경쟁)’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도 강 회장의 지론 중 하나다. 강 회장은 “기업을 평가할 때 기존 경쟁사뿐 아니라 잠재적인 경쟁사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며 “생산을 위한 원가가 얼마나 드는지도 빼놓지 말아야 할 항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저가항공을 현실 앞에 꿈이 무너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기존 항공사의 가격 질서를 뒤흔들어 새로운 수요를 창출했다는 점은 훌륭하지만 과당경쟁의 벽을 넘지 못했다”는 해석이다.

투자자들이 염두에 둬야 할 글로벌 경제흐름에 대해 묻자 “디플레이션(저물가)”이란 답이 돌아왔다. 강 회장은 “주요 국가 정치인들이 미래 세대가 써야 할 ‘금리 인하’ 카드를 모두 써버렸다”며 “공급과잉에 따른 디플레이션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연초부터 시끄러운 중국 시장과 관련해서도 일관된 해법을 제시했다. 강 회장은 “중국 정치인들이 만들어낸 경제성장률에는 신경을 끄는 게 좋다”며 “내가 투자한 기업이 과점업체여서 경착륙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지, 남다른 혁신성을 갖췄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눈여겨보고 있는 혁신기업의 ‘고유명사’를 묻는 질문엔 구글 지주회사인 알파벳(모바일 네트워크를 잘 활용하는 기업), 세계 최대 유람선업체인 카니발(세계적인 고령화 현상의 수혜주), 세계 커피 시장 1위인 스타벅스 등을 꼽았다. 이 중 스타벅스에 대한 해석이 인상 깊었다. “휴대폰만 붙들고 사는 외로운 시대예요. 가끔 커피숍에서 친구들을 만나 수다를 떨어야 덜 외롭지 않겠어요?”

▶강방천 회장

전남 신안 출생이다. 1987년 한국외국어대를 졸업했다. SK증권 쌍용투자증권 등에서 펀드매니저를 했다. 외환위기 때 1억원을 투자해 150억여원을 벌어 1999년 에셋플러스투자자문을 창업했다. 2008년 에셋플러스자산운용사로 전환, 4개 펀드를 운용 중이다. 간판펀드인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투게더’는 2012년부터 매년 9~10% 수익률을 기록해 상위권을 놓친 적이 없다. 2013년에는 스웨덴 자산운용업체인 맨티코어캐피털이 존 템플턴, 마크 모비우스 등과 함께 ‘세계의 최고 투자자 99명’으로 선정했다.

송형석/안상미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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