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3년간 죽쑤다 미국 유명 커피 세미나서 대박
작년 수출 비중 30% 넘어
조작 쉬운 신제품 4월 출시…동유럽 등 신흥시장 공략
[ 이현동/신혜진 기자 ] “조금만, 조금만 더 버텨보자. 뭔가 돌파구가 생기겠지.”
김용환 태환자동화산업 대표가 2011년 매일 되뇌던 혼잣말이다. 해외 진출에 나선 지 3년째였다. 커피 생두를 볶아 원두로 만드는 장치인 커피 로스터를 들고 미국, 이탈리아 등의 주요 전시회를 찾아다녔다. 하지만 단 한 대도 팔지 못했다. 사람들은 150년 이상된 독일 프로바트 등 기존 제품을 선호했다. 매년 전시회 참가에 쏟아붓는 돈만 2억원이 넘었다.
◆작년 100만달러 수출탑
포기를 생각했을 때 누군가 미국 ‘로스터스 길드’란 행사에 제품을 보내보라고 했다. 미국 내 커피 전문가들이 모이는 자리였다. 태환자동화산업의 ‘프로스타’ 제품은 말 그대로 ‘대박’을 쳤다. 해외 로스터 중에서 최상위권 점수를 받은 것.
어느날 한 전시회장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부스에 왔다. 마치 제품을 분해하듯 하나하나 살펴봤다. 커피 로스터 명가 프로바트 직원들이었다. 김 대표는 기쁨의 환호성을 겨우 참았다.
지난해 태환자동화산업은 73억원 매출 중 30%가량을 수출로 올렸다. 창업 이후 처음으로 100만달러 수출탑을 받았다. 미국과 중국, 호주 등 전 세계 13개국에 제품을 팔고 있다. 국내에서 팔리는 커피 로스터 10대 중 7대는 프로스타 제품이다.
김 대표는 1991년 회사를 차렸다. 보리, 참깨 등 곡물을 볶는 기계를 제작했다. 국내에 아직 커피가 생소했던 1997년 커피 로스터를 내놨다. 프로바트 중고품을 구입한 한 부부가 제품 안에 세라믹 코팅을 해달라고 찾아왔다. 로스터기를 직접 제작해줬으면 한다는 얘기도 했다.
원리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곡물은 복사열을 썼고, 커피는 뜨거운 바람을 썼지만 ‘볶는’ 방식은 비슷했다. 커피를 맛보고 뱉고 하는 것이 김 대표와 직원들의 일과였다. 25㎏급 제품을 처음 내놨다. 수입 제품 대비 20% 이상 저렴했다. 12㎏, 1㎏, 120㎏급 등으로 제품군을 늘려갔다.
차별화에 집중했다. 철저히 전문가 시장을 노렸다. 프로바트 제품은 버튼 한 번만 누르면 자동으로 볶아졌다. 편했지만 열과 온도를 조절해 자신만의 ‘로스팅 원두’를 내놓고 싶은 이들은 아쉬움이 컸다. 이들을 겨냥해 원두별로 온도, 시간 등을 세밀히 조정할 수 있는 기능을 강조했다.
◆자동화 제품으로 中 공략
태환자동화산업은 2008년 이후 해외 시장을 두드렸다. 국내와는 달리 프로바트 제품과 비슷한 값을 매겼다. 김 대표는 ‘자존심’이라고 했다. 그만큼 품질에 자신이 있었다. 영어를 하는 직원을 데리고 ダ防?전시회에 나갔다.
김 대표는 “커피시장은 패션시장처럼 좁다”며 “처음 해외 커피 전문가들과 네트워크를 쌓는 데 많은 투자를 했다”고 설명했다. 한 사람당 300만원 이상을 들여 커피 생두의 등급을 판별하는 감별사 자격증인 ‘큐그레이더’를 따게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중국과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동유럽 등 ‘커피 신흥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대용량 제품이 인기인 미국과 달리 1㎏ 정도의 소용량 제품이 주로 판매된다. 이를 겨냥해 오는 4월 프로바트 제품처럼 조작이 쉬운 소용량 자동 제품도 내놓을 예정이다.
이현동 기자/신혜진 인턴기자(연세대 4년) gr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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