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에 일베 없나?"…게임업계 일제히 집안 단속

입력 2016-01-13 12:43   수정 2016-01-13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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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시삼십삼분(4:33)이 서비스하는 모바일 게임 '이터널 클래시'가 이른바 '일베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가운데 각 게임사들이 내부 단속에 나섰다. 게임 콘텐츠에 나타날 수 있는 정치적 코드를 제거하기 위해서다.

벌키트리가 개발하고 네시삼십삼분이 퍼블리싱한 '이터널 클래시'는 최근 게임 내에 극우 커뮤니티인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회원의 표현으로 의심되는 부분이 발견돼 큰 논란이 일었다. 네시삼십삼분과 벌키트리의 대표가 사과에 나서면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구글플레이스토어에서 '이터널 클래시'의 평점은 2.5점으로 추락한 뒤였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이터널 클래시' 사건이 벌어진 배경과 게임사의 대응 과정, 유저들의 반응을 모두 정리해 내부에 공유했다"며 "추후 발매될 게임에서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게임사 고위 관계자는 "일베 논란을 보면서 수년간 개발한 게임이라도 한 번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獵募?것을 실감했다"며 "현재 개발 중인 모든 게임에서 오해를 받을 만한 부분이 있는지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각 게임사들은 챕터명, 캐릭터 이름, 아이템 이름, 시나리오 등 전반에 대해 재점검에 나섰다. 혹시나 불필요한 정치적 해석이 들어갈 수 있다면 전면 수정하기 위해서다. 사실 챕터의 번호나 이름에 담긴 정치적 의도는 내부에서도 잡아내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각 게임사마다 "잘못 걸리면 죽는다"는 긴장감이 팽배하다.

한편으로는 게임사들의 리스크 관리가 화두에 올랐다. 게임업계에서 '이터널 클래시' 사건은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 사건처럼 리스크 관리 실패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처음 논란이 벌어졌을 때 확실하게 매듭짓지 못하고, 애매모호한 대응과 사과문으로 여론을 악화시켰다는 지적이다. 네시삼십삼분과 벌키트리가 일베 논란 이후 낸 사과문만 총 5차례에 이른다.

한 관계자는 "모바일 게임에서 이런 논란이 벌어진 것이 처음이기에 대응하기 매우 어려웠을 것"이라며 "다른 게임사들도 겪어보지 못한 리스크라 더욱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퍼블리셔인 네시삼십삼분은 벌키트리의 지분을 갖고 있다. 게임을 최종적으로 검수하고 출시 시기와 마케팅, 홍보 계획을 짜는 곳 역시 네시삼십삼분이다. 하지만 막상 논란이 벌어지자 두 회사는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네시삼십삼분은 "사건 발생 시점부터 벌키트리에 철저한 조사와 관련자 처벌 등 책임 있는 답변을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받지 못했다"며 개발사에게 책임을 넘겼다. 더불어 네시삼십삼분은 '이터널 클래시'의 마케팅 활동을 중단했다. 사실상 퍼블리싱을 포기한다는 선언이었다.

결국 개발사 벌키트리의 김세권 대표가 대표이사직에서 사퇴하고, 수익금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기로 결정하면서 여론을 무마시켰다. 관계자는 "첫 대응부터 사안을 너무 가볍게 본 것 아닌가 생각된다"며 "내부에 위기를 관리할 전략가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이터널 클래시'는 게임 챕터 '4-19' '5-18' '5-23'에 각각 '반란 진압' '폭동' '산 자와 죽은 자'라는 제목을 달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는 4·19 혁명, 5·18 민주화 운동, 노무현 대통령 서거일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받아들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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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민재 한경닷컴 게임톡 기자 mynescaf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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