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발전연구원 부산학연구센터, 마을 관련 2권 발간

입력 2016-01-13 15:13  

마을에서 오래된 미래를 찾다
‘증산마을 이야기’,‘마을학 포럼’

인류역사 전반에서 개인주의의 역사는 매우 짧다. 개인주의의 확산은 기껏해야 최근 200~300년이라는 시간이었지만, 수천년을 무리지어 생활하던 인류는 아주 특이하고도 짧은 경험을 하고 있다. 인류가 경험한 개인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도시 안의 마을에서 우리의 미래를 찾아보고자 시도한 보고서가 나왔다.

부산발전연구원(원장 강성철) 부산학연구센터는 13일 미래연구『증산마을 이야기』와 부산학 열린포럼의 토론집인『마을학 포럼』을 펴냈다고 발표했다. ‘마을’에서 부산 사람의 기질과, 부산 마을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봄으로써 부산의 미래 정체성을 찾아보고자 하는 연구다.

O…부산 관문으로서의 증산마을의 정체성

도시재생의 방안으로 마을에 주목하고 그 마을의 특성을 살리는 마을 만들기가 전국 곳곳에서 시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도시재생의 기초단위로서 마을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증산마을 이야기는』지난해 발간된『오래된 마을, 미래공동체: 산성마을 사람들』에 이은 두 번째 부산의 마을 이야기이다. 이 책은 오래된 마을의 역사, 장소, 인물, 지도와 사진, 현재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부산의 미래를 헤아려보려 한다.

증산마을은 행정구역상 좌천동을 가리킨다. 증산마을은 부산포마을, 좌천역사마을, 부산진성마을 등의 이름을 갖고 있는데, 조선시대 삼포(三浦) 중 하나인 부산포가 있던 곳이자, 1876년 부산항 개항으로 근대적 항만의 기반이 된 상징적 장소이다.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항구를 가진 증산마을은 개방성과 포용성을 가진 마을임을 보여준다. 호주 선교사가 세운 부산진교회, 일신여학교, 일신기독병원 등 낯선 양식의 건물들이 아직도 보물처럼 빛나고 있다. 증산마을은 수많은 지식인과 민족운동가를 배출한 산실이었다.

이 책은 증산마을 곳곳을 누비면서 각종 사료 및 자료들을 확인해가며 씨줄과 날줄 맞추듯 마을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엮고 있다. 특히 전통과 현재라는 주제 속에서 몇 가지 특색 있는 접근을 하고 있다. 첫째, 개항 전후의 공간 변화에 집중해 증산마을의 능풍장, 자진내, 사도촌과 같은 자연마을의 변천 과정을 추적하고 있다. 둘째, ‘부산과 좌천’이라는 지명 유래에 담긴 전략적 요충지로서의 위상과 정발, 안용복, 박기종, 최천택 등의 역사적 인물들의 역할을 강조하며 저항정신의 핵심지역임을 강조하고 있다. 셋째, 증산마을의 주요 지도와 사진을 현재적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 마을 주민과 관계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 문헌적 접근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일대에 산재한 고건축물에 얽힌 갖가지 이야기들을 채록해 근대화와 도시화의 이면(裏面)에 가려진 장소성을 살펴보고 있다.

책임연구자인 신병윤 동의대 건축학과 교수는 “증산마을의 역사이야기는 단순한 과거지사(過去之事)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부산 사람의 기질과 맥을 찾아 부산의 정체성 있는 미래가치를 창조해 나가는 일”이라고 그 의미를 해석했다.

O…마을에 대한 관심과 이야기의 집대성

『마을학 포럼』은 지난해부터 7차례 개최한 ‘마을학 열린포럼’의 발제와 토론 내용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각 장의 소주제는 마을이 가진 요소, 관련 연구, 사례 등으로 구성돼 있다. 마을과 관련한 전문가들의 주제 발제와 토론내용을 수록하고 있다.

마을로 간 인문학의 발제자인 김영선 이화여대 아시아여성센터 연구위원은 서울 마포구 성산1동 ‘성미산마을’ 이야기를 풀어낸다. 마을 공동체가 함께 배움을 위해 노력해온 과정과 그 산물로 만들어진 마을인문학네트워크 ‘판’을 소개하고 있다. 마을과 도서관을 발제한 느티나무 도서관의 박영숙 관장은 2014년 나온 ‘꿈꿀 권리’의 저자이기도 하다. 책에서 박 관장은 ‘마을’이 아파트 ‘단지’로 바뀔 때 시작한 고민을 비롯해 마을에서 도서관이 갖는 가치 등에 대해 설명한다. 부산박물관 김상수 학예사는 부산 우암동을, (사)시간과 공간연구소의 권상구 이사는 대구근대골목의 역사를 조사하고 스토리텔링을 만든 장본인이다. 지도나 사진을 통해 마을이 가진 역사를 이야기한다. 이희영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는 마을 사람들의 삶을 담아내는 방법으로서 구술생애사를 소개하고 있다.

마을의 경제분야는 대전시 공유공간 커뮤니티 ‘벌집’ 사례를 소개했다. ‘벌집’은 코워킹 스페이스와 함께 대전의 청년 주거빈곤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간 역할을 하고 있다. 청년문제를 고민하고 있는 부산으로서는 부러운 곳이다. 마을과 사람들의 발제자인 한영숙 싸이트플래닝 건축사사무소 소장은 부산의 돕쳄瀯?사업에 참여한 현장 경험을 정리했다. 마을을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형균 부산학연구센터장은 “이 책들이 마을을 시민의 삶터이자 도시의 뿌리로 보고 마을의 문화와 역사, 공동체 등을 깊이 있게 알아보는 현장 중심의 연구틀로서 마을학 정립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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