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의 맥] 해썹 관리 강화로 식품 안전 지킨다

입력 2016-01-13 17:47  

"해썹 인증업체 생산비중 70%로 확대
주요 위생기준 어기면 즉시 인증취소
믿을 수 있는 식품 제조환경 조성"

김승희 < 식품의약품안전처장 >



“얼음 도둑 잡아라.” 조선시대에 여름이 되면 고을에 한번쯤 울려퍼졌을 법한 소리다. 선조들에게 얼음은 더운 여름에 식품을 상하지 않고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금보다 값진 물건이었다. 겨울 한철을 이용해 자연적으로 얼린 귀한 얼음을 여름에도 사용하기 위해 나라에서는 석빙고(石氷庫)를 만들어 운영했다. 시대마다 음식을 보관하는 방법에는 차이가 있지만 안전한 식품을 먹고자 하는 욕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비슷하다.

세계적으로 산업화 과정을 거쳐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에 들어서면서 식품분야에서도 생산단계에서부터 안전하게 관리하는 체계가 필요하게 됐다. 조선시대의 석빙고 역할을 대신해 줄 시스템이 필요해진 것이다. 이런 상황과 맞물려 등장한 것이 ‘해썹’(HACCP, 식품안전관리인증)이다. 해썹은 식품을 단순히 안전하게 보관하는 수준을 넘어 제조·유통과정에서 발생할지도 모를 위해요소를 사전에 차단하는 위생관리 시스템이다.

해썹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1960년대 우주를 탐사求?동안 비행사들에게 필요한 식량을 안전하게 공급하기 위해 고안했다. 이후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가 해썹에 대한 원칙과 기준 등을 정립해 1993년 165개 회원국에 도입을 권고했다.

한국은 해썹을 1996년부터 도입하기 시작했고, 식품 유형과 업체 규모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해썹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돼 유통되는 식품 중 53%가 해썹 인증을 받은 제품들이다.

정부는 식품 제조업체가 생산하는 국내 식품 생산량 중 해썹 인증 업체가 생산하는 비율을 2020년까지 70%로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국민 대표 간식인 떡볶이·순대·계란을 남녀노소 모두가 안심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2017년까지 해썹 적용을 의무화했다.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제도라도 제대로 운영하지 않으면 도입 취지는 퇴색하기 마련이다. 정부는 ‘해썹이 표시된 제품은 믿고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 국민들 인식 속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제도의 효율성·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해썹 제조공장에서 세척·소독 등 중요한 위생기준을 한번 어기면 해썹 인증을 취소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했다. 또 해썹 인증 업체를 대상으로 3년마다 재인증하는 유효기간 갱신제를 추진하고, 일반가공식품과 축산물의 분류에 따라 각각 두 개로 나뉘어 있는 해썹 인증기관을 통합해 운영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식품업체들이 해썹 인증을 보다 쉽고 빠르게 받을 수 있도록 표준 기준서 개발·보급 등의 기술 지원뿐만 아니라 컨설팅·시설 개선 비용 등의 자금 지원도 하고 있다.

식품업계에도 일반 제조업체들에 肉逾풔?‘페덱스 법칙(1:10:100 법칙)’이 그대로 적용된다. 즉 불량식품이 나오면 회사가 부담해야 하는 손실은 생산단계에서는 1달러에 불과하지만, 유통되는 순간에는 10달러, 판매돼 소비자들의 손에 들어가면 100달러로 그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해썹은 불량식품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막아주는 가장 이상적인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소비자는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안전한 식품을 먹을 수 있고, 기업에는 앞으로 발생할 수도 있는 손실을 줄여주는 동시에 기업 이미지도 높여주며, 국가적으로는 ‘안전한 제품이 생산된다’는 인식이 확산돼 자연스레 국가 브랜드가 향상되는 등 소비자·업계·정부 모두가 ‘윈윈’하는 제도인 것이다.

정부는 앞으로도 해썹 의무화 식품을 확대하고 제도를 원활하게 운용해 국민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식품을 내놓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힘을 모을 것이다.

김승희 < 식품의약품안전처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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