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관료 출신 영입해 대응나서
[ 박종서/홍윤정 기자 ]
세계 최대 인터넷기업 구글이 미국 백악관 고위관료 출신 ‘협상의 명수’를 영입했다. 유럽과 미국 등 지구촌 반독점·세무당국과 사사건건 마찰을 일으키는 구글이 ‘특급 로비스트’로 돌파구를 찾으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막후협상에 능한 경제외교통 배치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구글이 글로벌 로비를 담당하는 세계정책팀의 수장으로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지낸 캐럴라인 앳킨슨을 임명했다”고 13일 보도했다. 앳킨슨 전 부보좌관(63·사진)은 2013년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특사로 활약했으며, 국제통화기금(IMF)에서 10여년간 근무했다.
FT는 “앳킨슨은 국제경제외교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갖췄고 남의 이목을 끌지 않으면서 막후 협상과 조정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구글이 세계 여러 나라와 갈등을 부드럽게 풀어보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구글은 인터넷업계에서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면서 유럽연합(EU), 미국 등과 여러 주제로 맞서왔다. 구글의 인터넷 검색엔진과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의 지난해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각각 66%(데스크톱 컴퓨터 기준)와 80%에 이른다. EU 집행위원회는 구글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자유로운 경쟁을 막아왔다며 반독점 소송을 제기하기로 결정했다. 구글이 소송에서 지면 매출의 최대 10%를 벌금으로 내야 한다. 2014년 구글 매출은 660억달러(약 79조5100억원)였다.
G20은 지난해 구글이 저세율 국가에서 법인세를 내면서 세금을 회피한다며 구글세 도입 등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유럽사법재판소는 유럽과 미국이 맺은 ‘정보공유협정’을 무효로 판결해 구글이 유럽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미국에 있는 서버로 보낼 수 없도록 했다.
프랑스 ‘11·13 파리테러’ 이후 유럽과 미국 등이 테러조직 활동을 수월하게 추적할 수 있도록 암호화 기준을 낮추라고 요구하자 구글은 이를 거절하면서 대립각을 세웠다.
◆인터넷 기업의 줄잇는 고위관료 영입
구글이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분쟁에 앳킨슨을 ‘소방수’로 투입한 것에 대해 국제경제계는 대체로 기대감을 나타냈다.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앳킨슨은 차분하고 단호한 태도로 어떤 협상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냈다”고 평가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자문도 “엄청난 협상 경험이 강점”이라며 “구글의 분쟁조정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뿐만 아니라 글로벌 인터넷기업은 전직 고위관료를 앞다퉈 영입하고 있다.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닷컴이 백악관 대변인 출신 제이 카니를 부사장으로 영입하고, 모바일 차량예약 서비스업체 우버는 오바마 대선캠페인 매니저를 지낸 데이비드 플러프를 정책·전략담당 수석부사장으로 끌어들였다.
FT는 “구글의 앳킨슨 영입은 미국 등 특정 국가보다 국제 분쟁 해결을 도모하려는 의도가 강하다는 게 특징”이라고 평가했다.
박종서/홍윤정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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