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 "거래소, 지주사 전환·IPO로 몸집 불려야 한국 자본시장 경쟁력 더 높일 수 있다"

입력 2016-01-14 17:53  

자본시장 리더를 만나다 -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

개정안 임시국회때 통과 안되면 거래소 구조개편 몇년 늦어져
자본시장 '변방' 전락할 수도

주식 야간시장 개설, 해외 파생상품 국내 도입
글로벌 ETF·ETN도 개발



[ 김익환/김동욱 기자 ] “구조개편을 통해 무조건 몸집을 불려야 합니다. 글로벌 자본시장을 놓고 벌이는 해외 거래소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다른 길이 없습니다.”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사진)은 1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신년 인터뷰에서 “지난해 11월 말 시가총액 기준 세계 13위인 한국거래소가 7위권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하루빨리 지주사 체제로 전환해 기업공개(IPO)를 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이사장의 표정에선 강한 위기감이 묻어났다. 글로벌 경쟁 거래소들은 이미 지주사 체제 구축과 IPO를 마친 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활발한 ‘합종연횡’에 나서고 있지만 한국은 거래소의 구조개편을 골자로 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서 장기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임시국회 회기 안에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최 이사장은 “19대 국회에서 이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한국 자본시장의 구조개편 시점이 2~3년 이상 미뤄질 것”이라며 “한국 자본시장이 외딴섬처럼 고립되고 글로벌 자본시장의 변방으로 밀려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홍콩거래소(HKEx) 호주거래소(ASX) 도쿄거래소(TSE) 등은 2000~2007년 지주사로 전환했다. 이들 대부분이 2000년 초에 IPO를 마쳤다. 지주사 개편과 IPO를 하지 않은 거래소는 한국거래소를 비롯해 인도·스위스·터키거래소 등뿐이다. 지주사 전환과 IPO를 끝낸 해외 거래소는 인수합병(M&A)과 신사업 진출에 속도를 냈다. 해외 거래소가 빠르게 변신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거래소도 ‘늦깎이’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선 것이다.

최 이사장은 지주사 전환의 장점에 대해 “기능별로 자회사를 나눠 관리하면서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자회사끼리 성과 경쟁을 벌이면서 서비스 품질도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소는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해외 거래소 M&A △상장 컨설팅업체 설립 △코스콤 산하 정보기술(IT) 회사 설립 등의 신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운용할 수 있는 내부 현금이 2000억원에 그치는 까닭에 거래소는 대규모로 투자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 이사장은 “IPO를 통해 현재 2조1000억원인 자본금을 3조원으로 늘릴 것”이라며 “거래소는 이 자본을 토대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 단순히 주식거래 수수료에 의존하는 기존 수익구조를 탈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소는 지난해 도입한 가격제한폭 확대 방안처럼 주식시장 매매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수단도 늘려나갈 계획이다. 최 이사장은 “투자자들의 편의를 위해 거래소도 주식 야간시장을 개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시카고상업거래소(CME)와 유렉스(Eurex) 등 주요 파생상품시장과 교차상장하는 방식으로 해외 파생상품을 국내에 들여올 것”이라며 “해외 거래소와 공동으로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 등도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IPO 시장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문전성시’를 이룰 전망이다. 최 이사장은 “올해 상장 기업 수는 작년 수준(코넥스 포함 187개)을 넘어설 것”이라며 “호텔롯데 용평리조트 등 20개 기업이 유가증권시장에 신규 상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LS전선아시아 인터코스 등 15개 해외 기업도 국내 증시에 입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개설한 창업지원센터를 통해 벤처기업의 코넥스 상장 자문에 응하는 등 모험자본 육성에도 팔을 걷어붙였다”며 “올해 코넥스 및 코스닥 상장 실적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익환/김동욱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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