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혜원 기자 ] "지난달 '응답하라 1988(응팔)' 드라마 관계자들이 90년대 초 승무원에 대해 여러 가지 문의를 해왔습니다."
지난 4일 한 항공사 관계자로부터 최근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드라마 중 하나인 '응팔'의 스포일러(주로 예비 관객이나 시청자에게 내용을 미리 알리는 행위)가 될 만한 내용을 들었다.
그 이후인 지난 8일 방영된 17회분에서 주인공 덕선(혜리 분)은 빨간 리본 스카프에 단정한 유니폼을 입고 쪽진 머리를 한 채 등장한다. 그는 항공사 승무원이 된 것이다.
1990년대 초반 승무원은 여성들이 가장 선망하는 직업군 중 하나였다. 하지만 덕선의 드라마 상 별명은 전교 999등의 특공대('특별히 공부 못하는 대가리'의 줄임 말). 대체 덕선은 어떻게 치열한 경쟁을 뚫고 승무원이 될 수 있었을까. 그 무렵 승무원 관련 이슈를 되짚어 보며 덕선이 승무원이 된 비결과 승무원의 생활상을 유추해봤다.
◆ 1993년 승무원 모집인원 대폭 늘어
1988년 당시 극중 덕선의 나이는 18세. 1970년생이다. 덕선은 재수를 한 끝에 경기도 모 전문대 항공운항과에 입학했다. 그렇다면 덕선은 재수 1년에 대학 생활 2년을 보내고 난 이후인 1992년이나 1993년에 항공사에 입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덕선이 입사한 1990년대 초반에는 국내 항공사들의 비행기 도입 대수와 신규 취항 노선이 크게 늘면서 승무원 모집 인원이 증가했다. 특히 1993년 3월에 진행된 승무원 채용에서 대한항공은 700여명 가량을, 아시아나항공은 360여명을 뽑았다. 특히 대한항공은 전년 대비 200% 늘어난 승무원 인력을 모집해 당시 화제를 모았다.
◆ 토익 700점, 덕선이 승무원 된 비결
"나 토익 700점인 여자야." 극중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덕선은 영어 성적을 자랑한다.
덕선의 발언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당시 승무원이 되기 위해선 영어 실력을 갖춰야했다. 1993년 대한항공은 승무원 채용을 위한 2차 필기전형 과정에 영어능력시험을 포함했다. 아시아나항공도 2차 전형에서 영어 필기 및 회화 능력을 시험했다. 따라서 덕선의 영어 성적은 승무원 입사에 큰 도움이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 1990년대 초 승무원 유니폼, 너무 짧아 논란
드라마 속 덕선이 입고 나온 유니폼은 1991년 1월부터 2005년 2월까지 대한항공의 승무원들이 실제 입었던 의상이다. 이 유니폼은 대한항공을 상징하는 것들 중 하나로 오랜 기간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의상은 당시 부정적인 여론에 휩싸이기도 했다. 1992년 4월5일 모 일간지에는 'KAL 여 승무원들 치마 너무 짧아 고민'이라는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당초 치마 끝이 넓은 플레어 스커트에서 길이가 짧고 끝단 폭이 좁은 투피스 형태로 복장이 바뀌면서 실용성과 활동성에 문제가 된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따라서 1992년에는 해당 의상의 교체를 주장하는 의견이 대한항공 내부에서 나왔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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