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옥이 뜬다] 겉은 기와집, 속은 최신 아파트…"중형 한옥 짓는 데 7억"

입력 2016-01-15 17:40  

커버 스토리

현장 조립식 한옥 보급으로 건축비 3.3㎡당 1000만원선
주방·화장실은 현대화 편리…한옥 어린이집·동사무소 등장
서울시, 일반 건물 허물고 한옥 지으면 최대 8000만원 지원



[ 홍선표 / 이현일 기자 ]
회사원 한모씨(38)는 지난해 11월 서울 진관동 은평뉴타운에 2층 한옥을 지어 이사했다. 한씨는 경기 파주시에 있는 직장과 가까운 곳에 집을 구하던 중 은평뉴타운 한옥마을을 알게 됐다. 한옥에서 살아본 경험이 없어 처음엔 망설였지만 최근 건축기술의 발달로 아파트 못지않다는 말을 듣고 한옥을 짓기로 했다.

땅 165㎡를 3억7000만원에 구입한 뒤 건축비 약 4억원을 들여 석 달 만에 공사를 마쳤다. 전용면적 84㎡의 한옥 1층엔 거실, 부엌과 방 한 개, 화장실이 들어가고 2층에 방 두 개와 화장실이 들어간다. 한씨는 “벽과 단열재 시공에 신경을 쓴 덕분에 겨울 난방비는 아파트에 살 때와 비슷한데 내부가 아파트보다 더 따뜻하다”며 “마당도 있고 주차장도 따로 있어 아내도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선 조립만…크게 줄어든 건축비

2000년대 중·후반까지도 민속촌이나 전통 한옥마을에서 하루 이틀 묵는 체험형 주택에 머물렀던 한옥이 실거주용 주택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공장에서 미리 마름질한 기둥과 보, 서까래 등 목재를 현장에서 조립만 하는 기술이 도입되고 새로운 건자재가 잇따라 선보이면서 건축비가 크게 줄어든 게 한옥이 확산된 주요 배경이다. 지방자치단체와 공기업이 서울·수도권 뉴타운과 신도시 등에 한옥 전용주거단지를 조성하면서 한옥 입주민들이 도시 생활 인프라를 누릴 수 있게 된 것도 인기 이유로 꼽힌다. ‘한옥 등 건축자산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 지난해 시행되면서 지자체들이 한옥을 신축·개보수하는 건물주에게 지원하던 각종 혜택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지어지는 개량 한옥은 기와지붕과 기둥·보 구조를 뼈대로 한 한옥의 전통양식에 콘크리트 기반, 내진 설계, 고효율 단열재 등 현대 건축기법을 접목해 건물 안정성과 편의성을 높였다. 공장에서 미리 기계로 재단한 목재를 현장에서 조립만 하는 방식이 보급되면서 인건비 부담과 공사 기간도 크게 줄어들었다. 손으로 목재를 깎아내는 전통 방식으로 전용면적 84㎡의 한옥을 짓기 위해선 숙련된 목수 5명이 8개월간 꼬박 작업에 매달려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3.3㎡당 건축비도 평균 2000만원 수준에 이른다. 반면 현장조립 방식으로 시공하면 공사기간은 3~4개월로 줄고 건축비도 3.3㎡당 1000만~1200만원으로 감소한다.

한옥의 가장 큰 약점이던 겨울철 추위 문제도 다양한 대책으로 해결하고 있다. 계절에 따라 수축과 이완이 반복되는 목재 구조물의 벌어진 틈을 단열재로 막아 외풍을 막는다. 전통 한옥에 쓰는 흙 대신 외벽과 지붕을 우레탄과 유리섬유 등 단열재로 감싸 추위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2011년 설립된 국가한옥센터는 한옥 건축비를 더 낮추기 위한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한옥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을 대량 생산해 3.3㎡당 공사비를 지금보다 약 40% 절감한 600만~700만원 선으로 낮추는 게 목표다.

동사무소·공립어린이집도 한옥으로

한옥의 실용성이 입증되면서 정부와 지자체가 공공청사와 공립기관 건물을 한옥으로 짓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3월 ‘한옥 대중화 선언’을 발표한 서울시는 2015년 말 기준 30채에 머문 공공기관 한옥을 2020년 100채까지 늘릴 계획이다.

서울 돈암동에 지난해 6월 문을 연 국공립 ‘흥천어린이집’은 인근 한옥 사찰인 흥천사의 모습을 본떠 지었다. 지하 1층~지상 2층 연면적(건물 바닥면적의 합) 591㎡ 규모다. 김용미 금성건축 대표는 “건축비가 일정액 이하로 정해진 공공기관 건물을 한옥으로 짓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했다”며 “콘크리트로 뼈대를 세우고 외관은 전통 한옥 양식으로 꾸며 겨울철에도 적은 난방비로 따뜻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한옥 등 건축자산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한옥 건축과 한옥마을 조성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울시에선 관련 조례에 따라 일반 건축물을 허물고 그 자리에 한옥을 건설할 때 최대 8000만원까지의 보조금과 2000만원 한도의 무이자 대출을 하고 있다. 2011~2015년에 서울시 보조금을 받아 신축된 한옥은 30채, 지원금 총액은 13억4000만원에 달한다. 지난해 9월부터 서울 종로 壅옜【?운영을 시작한 한옥지원센터에선 한옥 거주민 등을 대상으로 전문가들이 한옥 신축 및 수리와 관련한 현장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홍선표/이현일 기자 rick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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