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등으로 '현장만남' 유도
번호입수 경로 묻자 대답 안해
섣불리 만났다가 신변위협 우려
[ 마지혜 기자 ] 한 포털사이트의 중고거래 카페에 기타를 판다는 글을 올린 여대생 A씨는 최근 소름 끼치는 경험을 했다.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해 판매 공지글에 휴대폰 번호를 남기지 않고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 아이디만 적었는데 누군가 구매 의사를 전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카카오톡 아이디만으론 휴대폰 번호를 알 수 없음에도 문자메시지가 왔다는 것은 상대방이 A씨의 의사와 상관없이 번호를 찾아냈다는 의미다.
상대방은 이어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시도했다. A씨는 “내 번호를 어떻게 알았느냐”고 물었지만 상대방은 이에 답하지 않고 “내일 어디서 만날까요”라고 약속을 잡으려 했다. 꺼림칙함을 느낀 A씨는 이후 답장을 하지 않았지만 찜찜함을 지울 수 없었다. A씨는 “당장 돈이 급해 물건을 처분하려는 사람이나 어린 학생들이 경계심 없이 상대를 만나러 나갔다가 위험한 일을 당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중고물품 거래 과정에서 판매자가 휴대폰 번호를 껑誰?않았는데도 전화번호를 알아내 연락하고 만남을 요청하는 구매자가 나타나고 있다. 거래 상대방이 돈이나 물건을 먼저 받은 뒤 잠적해버리는 일명 ‘먹튀(먹고 튀기)’를 우려해 중고거래에서 배송보다 현장거래가 선호되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섣불리 직접 만났다간 신변에 위협을 받을 수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대부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상대방의 휴대폰 번호를 알아내는 것으로 추정된다. 검색엔진 구글 등에 특정인의 카카오톡 아이디와 함께 휴대폰번호 앞자리인 ‘010’을 치면 과거 인터넷상에 쓴 글 중 카카오톡 아이디와 전화번호를 함께 적은 페이지를 검색할 수 있다. 하지만 A씨는 “개인정보 유출에 매우 민감해 인터넷 게시판에 휴대폰 번호를 공개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전화사기 조직의 소행일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장광호 서울송파경찰서 경제범죄분석과장은 “보이스피싱 조직은 각종 형태의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를 많이 갖고 있다”며 “이들이 중고거래 사이트 회원의 개인정보를 빼냈다면 이름과 휴대폰 번호 등의 정보를 갖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수년 전까지만 해도 허위로 물품 판매 게시글을 올려놓고 아무나 걸려들기를 기다리는 사기가 많았는데 최근엔 메신저나 1 대 1 채팅 등으로 개별 접근해 맞춤형 범죄를 저지르는 양상이 늘고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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