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해영 기자 ] 이란이 경제 제재라는 족쇄에서 풀려남에 따라 중동의 맹주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패권 다툼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금까지는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은 사우디가 우위를 점했지만 서방과의 외교관계 개선을 발판으로 이란이 힘의 균형을 새로 맞출 기회를 잡았다는 분석이 많다.
사우디가 이슬람 다수파인 수니파의 종주국이라면 이란은 시아파의 맹주다. 이집트 이라크 시리아 등 전통적인 중동의 강호들이 최근 정치적 혼란과 내전 등으로 세력이 약해진 상태여서 경제 제재에서 풀려난 이란이 사우디에 맞설 중동의 강국으로서 지위를 굳힐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란과 숙적 관계인 사우디는 경제 제재 해제가 중동 정세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우디는 지난 2일 이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자국 내 시아파 지도자 네 명을 집단 처형하면서 이란과 정면 충돌했다. 분노한 이란 시위대는 테헤란 주재 사우디 대사관을 공격했다. 이를 빌미로 사우디는 이란과 외교 관계는 물론 교역 단절까지 선언해 중동 정세가 얼어붙었다.
두 나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경제 제재 해제가 이뤄짐에 따라 이란은 상황을 반전시킬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이란이 핵합의에서 약 覃?핵활동 제한 의무를 신속하게 이행해 제재 해제 시점을 앞당긴 것도 사우디와의 경쟁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한편 이란의 최대 적성국가인 이스라엘은 제재 해제에 강력히 반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은 핵 합의 이후에도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야욕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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