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 불안…안전자산 선호 강해져"
[ 김은정/박한신 기자 ] 달러화 예금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지난해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최근 중국발 금융시장 불안이 더해지면서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져서다. 지난해 25% 가까이 급증한 국내 주요 은행의 달러화 예금 잔액은 올 상반기까지 더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 국민 KEB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주요 은행의 달러화 예금 잔액은 지난해 1월 249억8000만달러(약 30조2480억원)에서 12월 말 310억2100만달러로 24.2%(60억4100만달러) 늘었다. 이 같은 달러화 예금 증가분은 직전 연도 증가분(19억달러) 대비 3.2배에 달한다. 지난해 12월 미국이 9년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직전인 10~11월 두 달 동안에만 지난해 증가분의 절반가량인 32억8700만달러가 유입됐다.
박승안 우리은행 투체어스 강남센터 지점장은 “국제 유가와 중국 증시 폭락 등 악재가 이어지고 시장 예측이 어려운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에 몰릴 수밖에 없다”며 “투자자들은 그나마 제일 안전한 곳이 미국이라고 여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PB센터 관계자는 “신흥국에 문제가 생길수록 미국 의존도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달러값이 올랐다고 하지만 위기 상황에선 몇% 올랐느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전했다.
은행에서 가입할 수 있는 달러화 예금은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적립했다가 출금하거나 만기가 됐을 때 다시 원화로 돌려받는 금융상품이다. 대개 1년 만기 정기예금 형태로 판매된다. 달러화 예금 금리는 연 0.7% 수준으로 원화 예금 금리인 연 1%대 초·중반보다 낮다. 하지만 달러화 가치가 오르면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환차익에 대해서는 따로 세금도 붙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연초부터 중국 등 전 세계 주식시장이 급락하고 미국 국채와 금 등 안전자산으로 투자금이 쏠리고 있어 당분간 달러화 예금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3개월간 원화 대비 달러화 가치는 8%가량 올랐다.
일각에선 신중론도 나온다. 원·달러 환율이 오를 만큼 올라 지금 투자에 나서면 이른바 ‘상투’를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형리 농협은행 자산관리(WM)지원팀 차장은 “중국 증시가 안정되면 환율 상승세가 완화될 수 있다”며 “일부 개인은 이미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어 달러화 예금에 계속 투자하는 건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박한신 기자 kej@hankyung.com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슈퍼개미]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