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퍼터 달인들' 쇼트퍼터 적응 구슬땀

입력 2016-01-18 18:33  

집게발…역그립…팔뚝에 고정…이색 그립으로 퍼팅 감 조율


[ 이관우 기자 ] 비제이 싱(53·피지), 애덤 스콧(43·호주·사진), 맷 쿠처(38·미국)….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소니오픈에 출전한 세 명의 베테랑 골퍼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퍼터 그립 끝을 몸에 대고 하는 퍼팅 방식으로 한때 재미를 톡톡히 본 ‘롱 퍼터의 달인’이라는 점이다. 색다른 ‘소수파’ 퍼팅 방식으로 바꾼 ‘퍼팅 전향자’라는 점도 또 다른 공통분모다. 몸에 대고 하는 앵커드 퍼팅이 새해 들어 금지되자 올해 처음 이들 모두가 출전한 소니오픈에서도 퍼팅 그립이 관심을 모았다.

싱의 퍼팅 그립은 왼손을 오른손보다 퍼터 그립 아래쪽으로 내려 잡는 ‘크로스핸디드(cross-handed)’ 그립에 오른손 집게발(claw grip) 그립까지 결합한 파격적인 형태다. 일명 ‘역그립’으로 알려진 크로스핸디드 그립은 박인비(28·KB금융그룹)와 조던 스피스(미국), 리디아 고(뉴질랜드) 등 퍼팅 달인들이 잡아 유명해졌다. 하지만 여기에 집게발 그립까지 더한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롱 퍼터를 가슴에 고정시켜 퍼팅하던 스콧은 지난해부터 짧은 퍼터로 바꿔 집게 그립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집게 그립은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와 재미 동포 대니 리, 한국프로골프(KPGA) 장동규 등 소수만이 잡는 퍼팅 그립이다.

쿠처는 아예 왼쪽 팔뚝에 그립을 붙여 고정한다. ‘금지된 앵커링이 아니냐’는 시비가 있었지만 문제없다. 올해부터 바뀐 PGA 룰은 회전축의 꼭짓점 역할을 하는 ‘고정점’을 몸에 대지 않으면 퍼터가 길든 짧든 문제삼지 않는다.

그립을 전향한 효과는 아직 입증되지 않은 듯하다. 싱은 소니오픈 첫날 7언더파를 몰아쳤지만 이후 샷 정확도가 떨어지면서 8언더파 공동 50위로 경기를 끝마쳤다. 2014년까지 마스터스 등을 포함해 통산 11승을 올렸던 스콧 역시 공동 56위에 머물렀다. 2~3m의 짧은 퍼팅이 자주 빗나가는 등 완전히 적응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그나마 팔뚝 퍼팅을 꽤 오랫동안 숙련한 쿠처가 12언더파 공동 13위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나상현 프로는 “대부분 노장이라 장점이 많다고 생각하는 그립을 신중히 찾다 보니 다소 독특한 그립을 택한 듯하다”며 “효과 유무는 시간을 두고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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