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익 기자 ] 화재가 났을 때 불을 끄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왜 불이 났는가’를 분석하는 작업이다. 화재 원인을 완벽하게 파악해야 제2, 제3의 사고를 막을 수 있어서다. 제철소나 석유화학 공장 같은 대형 작업장에서 화재사고가 나면 불이 완전히 꺼지기 전후에 회사 방재 관련 부서 직원들이 소방관들과 함께 원인 분석에 투입된다.
조영재 포스코 안전방재부 대리(30·사진)는 사내 최고의 방재 전문가 중 한 명이다. 그는 지난해 미국화재조사협회에서 발급하는 화재폭발조사관(CFEI), 화재조사강사(CFII), 차량화재조사관(CVFI) 등 화재 관련 자격증 3종을 모두 취득했다. 화재 관련 분야에선 이를 ‘화재조사 그랜드슬램’이라고 표현한다.
국내에서 CFEI 자격을 갖고 있는 사람은 200명 안팎이다. 이 중 화재조사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사람은 두 명뿐이며, 조 대리는 국내 최연소 3종 자격 소지자다. CFEI 자격증은 미국에서도 주로 40대 이상 베테랑이 도전하는 쉽지 않은 분야다. 조 대리는 이 밖에도 10여종의 자격증을 더 소지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소방관을 동경했던 조 대리는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과를 졸업한 뒤 포스코에 입사했다. 평소 그의 주요 업무는 회사 내 사고 예방원칙을 마련하는 것이다. 아울러 사고가 발생하면 119 소방대원들과 함께 화재 현장에 뛰어들어야 한다. 불이 완전히 꺼지기 전에 불꽃과 연기 색깔 등을 파악해야 처음에 불이 어떻게 난 것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 대리는 “‘회사 또는 외부 기관에 사고와 관련한 의견을 제시하려면 전문성과 공신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자격증에 도전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작년 3월 화재조사강사 자격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신혼여행지를 미국으로 잡는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시험 준비 때문에 마음 놓고 신혼여행을 즐기지 못했어요. 아내에게 타박도 많이 들었지요.”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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