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로펌 지분율 49% 제한' 법안 정부에 재검토 필요성 제기
법무부 "수긍하기 어렵다"
[ 양병훈/이태훈 기자 ] 법률시장 최종(3차) 개방을 위해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외국법자문사법 개정안에 대해 이상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외교적 마찰이 없도록 법안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법무부에 요청했다. 자유무역협정(FTA) 상대 국가들이 “법률시장을 개방하기는커녕 제약하는 조치”라고 문제를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법무부가 “수긍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여 처리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이 위원장은 18일 “법무부에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와 논의해 범정부적인, 단일한 입장을 정리해 달라고 했다”며 “주요 FTA 상대 국가가 반발하는 만큼 이들과 협의해 외교적 마찰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해달라는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법안 내용을 재검토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위원장은 “1월이나 2월 안에 통과시키면 된다. 공표 즉시 효력이 발생토록 하면 (5월에 해도) 문제가 없어 그렇게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의 이 같은 요구는 법안 ?대한 외국의 압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이날 이 위원장을 만나 “법률시장을 더욱 완전하게 개방하는 법을 채택할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전달했다. 서한에는 리퍼트 대사를 포함해 찰스 헤이 영국대사, 게하르트 사바틸 유럽연합(EU) 유럽위원회 대표부 대사, 라비 케워람 호주대리대사가 이름을 올렸다. 리퍼트 대사 등은 지난 7일에도 한 차례 이 위원장을 만나 법안에 유감을 밝혔다.
국내 법률시장이 FTA 일정에 따라 3차 개방을 하면 한국·외국 로펌이 국내에 합작 법무법인을 세울 수 있다. 3차 개방 시기는 EU에 대해서 7월, 미국은 내년 3월, 호주에 대해서는 2019년 1월이다. 법무부는 “합작법인 설립을 허용한다”는 내용 등으로 외국법자문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에는 “외국 로펌 지분율을 49%로 제한한다”는 규제가 포함됐다. 법안은 법사위 법안심사1소위원회에서 거의 원안으로 통과됐으나 이 위원장이 전체회의 상정을 보류했다.
이 위원장의 바람대로 법안이 재검토될지는 불확실하다. 법무부 관계자는 “법안을 낼 때부터 관계부처와 협의했고 전문가 논의를 거쳤다”며 “국무회의도 통과한 만큼 정부의 모든 기관과 협의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리퍼트 대사 등이 국회를 항의 방문한 것은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아시아 주요국 가운데 한국보다 법률시장 개방 폭이 작은 나라는 찾기 힘들다. 일본은 2005년 합작법인 지분율 및 의결권 규제를 없앴다. 외국 로펌이 일본 변호사를 직접 채용할 수도 있다. 싱가포르는 2012년 법률시장을 전면 개방하면서 합작법인 지분 49% 제한을 뒀고, 중국은 합작법인 설립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들 국가에서는 합작법인의 필요성이 적다. 외국 로펌이 현지에 사무소를 세우고 그 나라 변호사를 직접 채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병훈/이태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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