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신불자 양산…과도한 조치"
"특권 아니다…책임 묻는 건 당연"
SKT "신용평가사 통보 중단"
금융당국은 "신용사회 역행"
[ 안정락/김일규 기자 ] “요금을 낼 능력도 없으면서 일단 쓰고 보는 건 젊은이의 특권이 아니라 책임이 없는 겁니다.”(네이버 아이디 whyu****)
“경제가 어려울 때는 통신요금이든 카드값이든 돈 쓸 때 정말 신중해야 합니다.”(아이디 sung****)
휴대폰 요금을 내지 않아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20대들이 늘고 있다는 소식에 19일 오전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에서 나온 네티즌들의 쓴소리다. 일각에선 통신요금 미납자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리는 게 과도한 연체 관리라는 지적도 나왔지만 대부분 누리꾼은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다.
◆20대 연체 가장 많아
이날 논란은 김정훈 새누리당 의원실이 방송통신위원회를 통해 제출받은 통신요금 연체 자료를 발표하면서 불거졌다. 이 자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에서 20대들이 통신요금을 체납한 규모는 13만9185건, 511억6100만원에 달했다.
그동안 SK텔레콤은 미납자 가운데 1년 이상, 100만원 이상 통신요금을 연체한 가입자를 채무불이행자로 신용평가회사(나이스신용정보)에 등록해 왔다. 회사 관계자는 “통신요금이 3개월 연체되면 바로 이용 정지를 하는데 100만원 이상 체납했다는 것은 정상적인 사용이 아닌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다른 사람 명의를 불법 도용해 쓰거나 노숙자 등 사회취약계층의 개인정보를 활용해 이른바 ‘대포폰’(불법 개통 휴대폰)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신용평가사에 과도한 연체자의 정보를 제공한 것은 사회적인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것이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SK텔레콤이 2012~2015년 신용평가사에 등록한 채무불이행자는 6만7356명이었다.
하지만 이날 청년 신용불량자를 양산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SK텔레콤은 KT와 LG유플러스처럼 연체정보의 신용평가사 제공을 중단하기로 했다. 통신3사 모두 앞으로는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를 통해 연체 정보를 관리한다.
◆업계 “신용사회 역행하는 일”
SK텔레콤이 일부 부정적 여론 탓에 연체 정보 등록을 중단하기로 하자 금융당국과 신용평가업계는 물론 금융업계도 “신용사회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SK텔레콤이 모든 통신요금 연체 정보를 등록한 것도 아니고 100만원 이상, 1년 이상 연체 정보만 등록했다”며 “금융회사 연체 정보는 10만원 이상, 10일 이상이면 곧바로 신용평가회사에 등록되는 점을 감안하면 너그러운 조치를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이 연체 정보 등록을 중단함에 따라 신용 관리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앞으로는 금융회사들이 통신사 가입자의 연체 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길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추진 중인 비(非)금융정보의 신용평가 반영 방안에도 찬물을 끼얹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금감원은 통신요금, 공공요금(가스 전기 수도 등)을 성실하게 납부하면 신용평가 때 가점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안정락/김일규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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