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연착륙을 확인했다'는 낙관론이 나온 반면 '금융위기 수준'이라는 비관론도 제기됐다.
특히 대형 증권사 2곳의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중국 경제 상황에 후한 점수를 준 곳은 삼성증권, 혹독한 평가를 내린 곳은 KDB대우증권이다.
20일 삼성증권은 '중국 실물경기 진단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4분기 국내총생산(GDP)는 소폭 둔화하는 데 그쳐 경기 연착륙을 재확인시켜줬다"고 분석했다.
이 증권사 중국 담당 전종규 연구원은 "6%대 성장률은 기존 시장 예상에 대체로 부합하는 수준"이라며 "시장이 우려하던 경착륙 환경과는 간극이 있다"고 말했다.
전날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해 GDP가 전년보다 6.9%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이로써 연간 성장률로 1990년(3.8%) 이후 25년 만에 7% 달성에 실패했다.
작년 4분기 GDP도 전년 동기보다 6.8% 늘어나는데 그쳐 2009년 1분기(6.2%) 이후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른바 바오치(保七 성장률 7%) 시대가 막을 내리고 바오류(保六 성장률 6%)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고속 성장을 하던 중국 경제가 중속 성장으로 내려앉음에 따라 글로벌 경제의 봉?탄력도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전 연구원은 그러나 "앞으로도 중국 정부의 꾸준한 경기 부양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늦어도 오는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이전까지는 각종 부양 정책이 가시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가 내놓을 부양책으로는 연간 300bp 이상의 지급준비율 인하를 비롯해 인프라·환경투자 확대, 주택거래 활성화 촉진책 등을 예상했다.
그는 "시장 예상에 부합한 GDP 성장률과 정부의 부양책 등을 감안하면 중국 증시는 1분기 중 본격적으로 반등하게 될 것"이라며 "상해종합지수 3000포인트를 전후한 조정 국면에서는 중기적 관점으로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달리 KDB대우증권은 '중국을 위한 구차한 변명'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삼성증권과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이 증권사 거시경제 담당 허종환 연구원은 "현재 중국은 금융위기 징후를 보이고 있다"며 "최근 만난 투자자들도 중국이 금융위기를 겪을 지 여부와 대안이 없는 현실에 대한 걱정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은 지난해 연간으로 25년 만에 최저 경제 성장률을 기록했다"며 "GDP 성장률에서 보듯 지금까지 부양책으로는 성장률이 반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성장 둔화는 어느 시점에서 과잉 부채와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만큼 중국은 웬만한 금융위기 조건을 갖췄다는 게 허 연구원의 판단이다.
그는 "실제 중국 민간 부채 증가 속도는 금융위기를 겪은 국가보다 빠르다"며 "달러 페그(연동)를 폐지하면서 통화 절화와 함께 외환보유액 감소도 나타났다"고 말했다.
허 연구원은 또 중국이 야기하고 있는 위기의 실체를 네 가지 악순환 고리로 요약했다. 정책 여력 고갈과 가파른 위안화 절하 가능성·자본시장 통제력 상실·개혁정책 후퇴 가능성·고통을 덜어줄 우방 부족 등이다.
그는 "중국 정부가 금융 정책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렸다는 점과 개혁에 있어 악순환 고리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중국발(發) 위기 가능성이 근거가 있다"며 "금융 시장 불안이 길어질수록 중국은 그동안 잠재해있던 위기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현재 중국 위기는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나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위기와는 차이가 있다"며 "부채구조도 다르고, 경상흑자와 순채권국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허 연구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심할 수는 없다"며 "앞으로 중국 성장에 대해서는 보수적으로 볼 필요가 있고, 빠른 반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LIG투자증권은 "경제 지표를 보면 중국 경제가 개선되고 있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나빠지지도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중국 경제에 대한 '위기론'은 과장돼 있다"고 진단했다.
동부증권은 "올해 중국의 경기 둔화는 불가피하다"면서도 "다만 이는 꾸준한 성장으로 가기 위한 과도기적 단계"라고 분석했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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