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정부 부인에도 시장에선 "방어 못할 것"
"강달러 누그러질때까지 신흥국 불안 불가피"
[ 베이징=김동윤/윤정현 기자 ] 홍콩이 중국발(發)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의 ‘약한 고리’로 떠올랐다. 중국의 실물경기 둔화와 위안화 가치 급락이 홍콩으로 파급되면서 홍콩달러화 가치는 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급락하고,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는 7년 만에 장중 8000선이 붕괴됐다. 홍콩 정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IB)에서 홍콩이 향후 달러 페그제를 포기할 것이란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투자자의 불안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증시·통화가치 동반 하락
홍콩 금융시장은 지난해 7, 8월 중국 상하이증시가 폭락할 때 상대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상하이증시에서 이탈한 글로벌 자금이 홍콩 증시로 몰렸기 때문이다. 최근엔 달라지는 모습이다.
우선 홍콩달러화 가치가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홍콩은 통화가치 안정을 위해 1983년부터 달러 페그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홍콩달러 가치는 미 달러당 7.75~7.85홍콩달러 범위(밴드) 내에서만 움직일 수 있다. 작년 말 미국 달러당 7.7507홍콩달러였던 홍콩달러 가치는 올 들어 수직 하락해 20일 한때 달러당 7.8229 홍콩달러까지 추락, 밴드 상단에 바짝 다가섰다.
홍콩달러 가치가 급락하자 홍콩 증시까지 흔들리기 시작했다. 홍콩H지수는 이날 장중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8000선 밑으로 떨어졌다. H지수가 800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09년 4월 이래 약 7년 만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실물경기 둔화로 홍콩 경제 역시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부각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홍콩에서 자금을 빼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시장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동준 동부자산운용 글로벌운용팀장은 “중국본토 증시와 달리 홍콩 증시는 시장 참가자 대부분이 외국인 투자자”라며 “요즘처럼 신흥국 시장에 불안감이 커질 때는 홍콩 증시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달러 페그제 포기’ 관측도
최근 들어선 홍콩이 달러 페그제를 포기할 것이란 관측까지 제기되면서 투자자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홍콩은 달러 페그제를 유지하기 위해 환율이 7.75~7.85홍콩달러 범위를 벗어날 조짐을 보이면 홍콩중앙은행인 홍콩금융관리국이 자동으로 개입해 통화가치를 유지해야 한다. 홍콩달러 가치가 급등하면 미국 달러화를 사들이고, 홍콩달러 가치가 급락하면 미국 달러화를 매도하는 방식이다.
임윤상 한국은행 홍콩사무소 차장은 “현재 홍콩의 외환보유액 규모(3588억달러)를 감안했을 때 달러 매도 개입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관측 때문에 달러 페그제 포기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이 달러 페그제란 ‘안전장치’를 걷어내면 홍콩달러화 가치는 더욱 빠른 속도로 하락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 경우 홍콩 증시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자는 막대한 환차손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불안이 확산되자 노먼 찬 홍콩금융관리국 총재는 지난 18일 한 포럼에서 “달러 페그제를 폐기할 계획도, 의향도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신흥국 시장 불안에는 중국의 실물경기 둔화, 유가 급락으로 인한 중동계 오일머니의 자금 회수, 미국 달러화 강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미국 달러화 강세가 어느 정도 누그러질 때까지 신흥국 시장의 불안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달러페그제
자국 통화가치가 미국 달러화 대비 일정 범위 안에서만 움직이도록 묶어두는 제도. 환율 변동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돼 대외 교역 및 자본유출입이 원활해진다는 장점이 있지만, 통화가치가 자국의 경제 기초체력을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하는 것은 단점으로 꼽힌다. 홍콩은 1983년부터 통화가치를 미국 달러당 7.75~7.85홍콩달러 범위 안에 묶어두는 달러페그제를 시행하고 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윤정현 기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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