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변호사회, 법관 평가
50점 미만 하위법관 18명, 협박에 조정 강요…갑질 여전
배려·실력 갖춘 우수법관 8명
불이익 안받게 소송절차 설명…이혼과정서 4시간 이상 경청도
[ 김인선 기자 ] A씨 부부는 지난해 서울가정법원을 찾았다. A씨는 이혼을 원했지만 배우자는 이를 거부해 갈등이 극심해진 상태였다. 허익수 서울가정법원 판사가 조정에 나섰다. 허 판사는 조정기일에만 4시간 반 이상을 할애해 당사자들의 얘기를 들었다. 사건을 맡은 변호사는 “허 판사는 법률적으로 판단하는 것을 넘어서 이혼 과정에서 상처받은 부부의 마음을 헤아리고자 했다”며 “당사자들의 의견을 깊이 경청하는 모습에 감명받았다”고 기억했다. A씨 부부가 ‘건강한 이혼’을 할 수 있었던 이유다. 허 판사는 서울지방변호사회(이하 서울변회)가 20일 발표한 ‘2015 법관평가’에서 평균 100점을 받아 최우수 법관으로 꼽혔다.
◆우수법관들의 공통점…배려와 실력
올해 우수법관에 허익수 판사(사법연수원 36기), 정형식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17기), 여운국 서울고법 판사(23기), 임선지 광주지법 목포지원 부장판사(29기), 손주철 춘천지법 원주지원 부장판사(29기), 송미경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35기), 김관용 서울고법 판사(25기), 임정택 서울중앙지법 판사(30기) 등 8명이 선정됐다. 서울변회 회원 1만2758명 중 1452명(11.3%)이 참여한 설문조사 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95점 이상을 받았다. 법관 1782명의 평균 점수는 73.01점이었다. 우수·하위법관 선정은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다섯 명 이상의 회원이 평가한 법관 556명을 대상으로 했다.
우수법관들은 공통으로 배려심과 실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됐다. 한 변호사는 자신이 꼽은 우수법관에 대해 “당사자들이 소송절차를 잘 알지 못해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을 때 재판을 중단하고 절차를 알기 쉽게 설명해줘 감동받았다”며 “겸손하고 섬기는 자세로 재판을 진행하는 담당 판사를 보고 나 자신을 반성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담당 판사에 대해 “방대한 분량의 금융 관련 사건을 일일이 분석해 공소 사실의 미비점을 치밀하게 지적하고 사안의 쟁점을 정확히 정리했다”며 “충분한 보완 기간과 거래소 사실조회 등을 허용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자 노력했다”고 응답했다.
◆50점 이하 하위법관도 18명
반면 50점 미만의 점수를 받아 하위법관으로 선정된 판사도 18명이나 됐다. 최하위 점수는 22.08점이었다. 고압적인 자세와 막말 등이 특징이었다. 이혼사건에서 여성 당사자에게 “부잣집에 시집가서 누릴 것 다 누리고 살지 않았느냐. 도대체 얼마를 더 원하느냐”고 폭언하며 조정을 강요한 판사와 소송대리인에게 “조정에 이의를 제기하면 다음 기일에 선고하겠다. 무슨 의미인지 알죠?”라고 사실상 협박한 판사도 문제 사례로 지적됐다.
피고인에게 “한심하다, 한심해. 무슨 삼류 드라마 같아서 실체적 진실을 찾을 가치가 전혀 없다”고 막말을 한 판사도 있었다.
서울변회는 하위법관들의 실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서울변회는 “법관평가가 판사를 망신주려는 게 아니고 법정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광수 서울변회 법제이사는 “막말 판사를 줄이기 위해선 법관평가를 인사평가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변회는 이날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이 명단과 순위 등을 전달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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