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전쟁] 데이비드 보위와 자산 유동화

입력 2016-01-21 17:39  

지난 10일 타계한 영국의 전설적인 록가수 데이비드 보위(사진). 글램록이라는 록음악 장르의 아버지로 잘 알려졌지만, ‘연예인 채권’이라는 투자 자산의 창시자이기도 하다.

보위는 1997년 데이비드 풀먼이라는 투자은행가의 도움을 받아 자신이 1990년 이전에 발표한 25개 앨범(287곡)을 유동화해 ‘보위채권’을 발행했다. 이 음원들에서 나오는 로열티 수입이 기초자산이었다.

미국 보험회사 푸르덴셜은 만기 10년에 연 7.9%의 이자를 지급하는 보위채권을 5500만달러어치 사들였다. 보위는 미래 로열티 수입을 포기하는 대가로 목돈 5500만달러를 손에 쥐었고, 푸르덴셜은 10년 만기 미국 국채(보위채권 발행 당시 연 6.73%)보다 높은 이자 수익을 올린 ‘윈윈’ 거래였다.

이렇게 꾸준히 현금이 나오는 자산을 이자를 지급하는 금융상품(구조화 상품)으로 바꾸는 것을 유동화라고 한다. 최근 한국 투자자에게 인기 있는 건 항공기나 선박의 임대료를 기초자산으로 한 구조화 상품이다.

제조업체의 기계 설비를 유동화한 사례도 있다. 제조업체가 당장 목돈이 필요한 경우다. 투자자들은 만기 전까지 기계를 돌려 나오는 현금으로 이자를 받는다.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의 원인이 된 부채담보부증권(CDO)은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사람들에게 은행이 내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를 유동화한 상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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