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학부모 거리로 나섰는데…'말싸움'만 벌인 누리예산 협상

입력 2016-01-21 18:34  

이준식 부총리·교육감, 또 네탓 공방

경기도 학부모들 도청 앞 시위
"아이들 볼모로 흥정하나" 성토



[ 정태웅/최성국/윤상연 기자 ]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17개 시·도 교육감들이 21일 만나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문제를 논의했으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누리과정 지원금을 받지 못한 전국 유치원의 항의시위가 이어지고 학부모들이 반발하는 등 유아교육 현장에 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 부총리는 이날 부산 해운대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에 참석해 누리과정 예산편성을 위한 시·도 교육감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 부총리는 “교육감들이 2012년 신년사 등을 통해 ‘누리과정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한 바 있고 교육감의 의지만 있다면 올해도 충분히 편성할 수 있다”며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대한 누리과정 예산이 차별 없이 조속히 편성되도록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협의회 회장인 장휘국 광주교육감 등은 “누리과정으로 초·중·고교 교육마저 어려워지고 있다”며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 부총리와 교육감들은 40여분 간 공방을 벌였지만 책임만 떠 넘기다 논의를 끝냈다. 협의회 관계자는 “누리과정 재원 마련은 대통령이 나서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며 “재원 마련의 실질적 결정권이 없는 이 부총리와 논의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보육 대란에 따른 유치원과 학부모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경기지회 소속 사립유치원 교사와 학부모 700여명(경찰 추산)은 이날 수원시 경기도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당장 1월분 봉급 지급이 어려워 교사와 직원들의 생활에 막대한 타격이 예상된다”며 누리예산 지원을 요구했다. 남모씨는 “학부모와 유치원, 아이들까지 볼모로 잡고 흥정하는 데 대해 화가 치밀어 오른다”고 했고, 김포의 A유치원 원장은 “160명이 입학하기로 예정돼 있었는데 며칠 새 40명이 입학을 포기한다고 알려왔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광주 서구 H유치원 원장은 “230명 규모의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오는 25일 1월분 교사 인건비와 교육비 7200만원을 마련하지 못해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정태웅/광주=최성국/수원=윤상연 기자 redae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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