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첨단병기였던 ‘브이로켓’은 영국 런던 시민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신문에선 브이로켓이 투하된 지점을 지도에 표시한 뒤 “브이로켓이 템스 강과 리젠트파크 주변을 집중 폭격한다”고 알려 근처 거주민을 피신시켰다. 그러나 전쟁 종료 직후 영국 통계학자 RD 클라크는 “브이로켓이 사실 무작위적 폭격이었다”고 증명했다. 그릇된 추론으로 전 도시가 더 큰 공포에 빠지는 오류를 범한 것이다.
이 사례에서 보듯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때론 너무 많이 아는 게 그릇된 판단을 일으킬 수 있다. 외부 환경의 압박 속에서 자신이 인식하지 못한 채 편견에 사로잡힐 수 있기 때문이다.
경영자들이 쉽게 범하는 편견의 유형은 몇 가지로 요약된다. 과거의 손실과 앞으로의 위험에 얽매여 소극적 의사결정을 내리는 ‘손실 회피 성향’이 대표적이다. “내가 하면 다 잘될 것”이라고 믿어버리는 자신감과 낙관주의도 여기에 속한다.
객관적 근거 없이 판단 기준을 세워버리는 ‘임의적 준거점’도 문제다. 가격 협상에서 한 쪽이 100달러를 제시 杉摸?이것이 줄다리기의 출발점이 되는 경우를 가리킨다.
자신의 관점과 가설에 매몰돼 원하는 증거만 채택하는 ‘확증 편견’도 있다. 의처증이나 의부증이 좋은 예다. 그밖에 다른 사람들을 따라가는 ‘군중 심리’, 전문가와 유명인의 말이 맞을 것이라고 과대평가하는 ‘귀인 오류’ 등도 있다.
이런 편견에 얽매이지 않으려면 몇 가지 검증 과정이 필요하다. 이 중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 방법은 고의적으로 반대 의견을 제시한 뒤, 이 관점에 맞서기 위한 설득 근거를 마련해 충분한 토론을 거치는 것이다. ‘사전부검(pre-mortem)’ 검증 방식은 시작도 하기 전부터 실패를 가정한다. 실패의 원인을 깊게 분석하고 대처하기 위해서다.
수평적 토론도 필수다. 맥킨지에선 누구나 ‘반대할 수 있는 의무(obligation to dissent)’가 있다. 권리나 권한이 아니라 의무라는 게 중요하다. 조직이 발전하는 데 계급장 떼고 수평적으로 토론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이 방법들이 활용되려면 기업 문화와 일하는 방식이 우선 개선돼야 한다. 연공서열, 상명하복의 수직적인 소통에서 자유로운 검증과 토론이 힘든 건 자명하다.
최원식 < 맥킨지 서울사무소 대표 se_media@mckinse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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