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드 人터뷰] 장형진 해군 해난구조대장 "희생자 끌어올릴 땐 우리도 공포 느끼지만 그래도 희망의 끈 못놓죠"

입력 2016-01-22 17:54  

바다의 진짜 사나이 장형진 해군 해난구조대장
북한 잠수함·천안함 인양…바다에서 대한민국 지켜

SSU는 '바다의 해결사'

인명 구조부터 선체 인양까지 해상에서 발생하는 사고 전담
1998년 격침된 북한 반잠수정 147m서 건져올려 능력 인정받아


'사람 살리는 부대'는 나의 소명

서해훼리호 침몰 때 첫 구조 투입…올라올 때 수중 압력 못 이겨 이명
잠수복 입어도 10분이면 체온 뚝…어려운 사투지만 천직이라 여겨



[ 최승욱 기자 ] “시정(視程) 없음. 저질 뻘. 조류 강함. 수온 차가움.”

지난 21일 경남 창원 진해군항 앞바다에서 혹한기 내한(耐寒) 훈련에 한창인 해군 해난구조대(SSU) 심해잠수사 대원들이 수심 60피트(약 18m)에서 통신기를 통해 “다이버 해저 도착”이란 메시지를 통고한 뒤 이같이 보고했다. 잠수감독관은 기상 악화를 감안해 훈련 종료 지시를 내렸다.

잠수지원정 갑판 위로 잠수사들이 올라왔다. 강철 같은 체력으로 혹독한 훈련을 거쳐온 데다 정신력 또한 남다른 SSU 대원들이라 해도 바닷속 잔혹한 추위 앞에선 어쩔 수 없었다. 10분간 잠수를 마치고 육지에 올라온 대원들은 입술이 파래진 채 몸을 떨었다.

훈련 과정을 지켜보던 장형진 해난구조대장(해군 중령·47·사진)은 “물이 들어오지 않는 건식 잠수복을 입더라도 수온 5~6도에선 한 시간을 버티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날 해저 수온은 5도를 넘지 못했다.

SSU의 혹한기 내한 훈련은 매년 1월에 치러진다. 이때가 가장 수온이 낮다. “최악의 조건에서 훈련해야 최고의 구조작전 능력을 기를 수 있다”는 게 1월 훈련의 이유다. 장 대장은 해저에서 국민과 전우를 구하는 SSU의 ‘얼굴’이다.

“사람 살리는 군인 되고 싶었다”

장 대장은 1992년 소위로 임관한 뒤 SSU를 비롯한 잠수·구조 관련 부대에서 15년간 복무했다. 전투 부대에서 복무한 기간은 그의 군 경력 중 8년에 불과하다. 항해병과 장교로 대위 시절 2함대 고속정 정장을 지냈고, 소령으로 진급한 뒤 2함대에서 고속정 3척을 지휘하는 편대장을 맡았다.

그는 2007년 탐색구조대 대대장으로 SSU로 돌아왔다. 2012년부터 3년간 수상함을 구조하는 평택함 함장으로 근무하면서 평택함에 파견 나온 SSU 대원들과 임무를 수행했다. “친정으로 돌아온 느낌이었습니다. SSU는 저의 천직이자 소명이죠. 다시 태어나도 SSU에서 땀을 흘릴 겁니다.”

장 대장은 “SSU는 사람을 살리는 부대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해군사관학교 2학년 때 SSU를 견학한 뒤 “사람을 살리는 군인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1993년 5월 중위 시절 SSU 장교과정 훈련에 돛徨杉? 그해 10월 전북 부안 위도 근해에서 서해훼리호가 침몰했다. 장 대장을 비롯해 당시 미처 훈련을 마치지 못한 훈련생들도 현장에 출동했다.

“잠수사가 넘겨준 희생자의 시신을 고무보트로 실어 해경정에 옮겼죠. 처음 이틀은 냄새 때문에 밥을 못 먹었어요. 하지만 유족들을 보고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죽은 사람에 대한 공포심도 사라졌어요.”

잠수사는 물속으로 내려갈 때 분당 75피트(20m), 올라올 때 분당 30피트(10m)의 속도로 이동해야 한다. 이 속도를 지키지 않으면 몸에 이상이 올 수 있다. 상황이 급하다 보니 훈련생도 잠수사로 투입됐다. 수심 17m에서 시신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야 했다. 장 대장은 2분에 걸쳐 올라와야 할 거리를 20초 만에 급상승했다. 코피가 터지면서 왼쪽 귀에서 ‘윙’ 하는 소리가 났다. 지금도 왼쪽 귀는 이명증을 앓고 있다. 첫 구조가 남긴 ‘영광의 상처’다.

“바닷속은 늘 어둡습니다. 서해는 1m 앞도 안 보이기 일쑤죠. 먼저 들어간 잠수사가 넘겨준 희생자는 옷을 잡기 힘들어 시신과 하잠줄(고무보트와 침몰 선박을 연결하는 줄)을 부둥켜안았습니다. 애써 찾은 희생자가 빠른 조류에 휩쓸려갈 것 같아 핀(오리발)을 힘껏 차면서 올라오다 보니 수면 위로 ‘펑’ 튀었습니다.”

천안함 무게 정확히 계산

장 대장은 1999년 미국 해군 잠수구조학교에서 1년3개월간 부사관 과정과 구조전장교 과정을 수료했다. 이를 통해 잠수와 구조, 위험관리에 관한 선진 지식을 습득했다.

그가 쌓은 전문 지식은 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이 발생한 뒤 인양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발휘됐다. SSU는 해군 특수전요원(UDT/SEAL)들과 함께 현장에 급파됐다. 실종자 수색 작업 도중 최악의 여건에서 실종자를 찾기 위해 잠수했던 한주호 준위가 세상을 떠났다.

천안함 인양이 결정됐다. 무게를 알아야 인양 계획도 세울 수 있다. “바다에 가라앉은 선박을 끌어올릴 때 선박의 무게는 조류 속도와 파고, 풍속, 인양 각도 등에 영향을 받습니다. 천안함의 만재 톤수는 1200t이었지만 두 동강이 난 상태라 별 의미가 없었죠. 두께 6㎜와 8㎜짜리 철판의 무게와 배 안의 장비, 물 무게 등을 밤 새워 계산했습니다. 함미를 수면에 들어올릴 때 무게를 955t으로 판단했습니다. 인양해 보니 965t이었습니다. 오차범위 안에 들었습니다.”

“해난구조는 국가보험”

장 대장은 수심이 수백m에 달하는 심해구조 작업에 필수적인 포화잠수(saturation diving)체계와 심해구조잠수정(DSRV, 수심 500m까지 잠수 가능)을 해군이 도입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포화잠수란 잠수사를 밀폐된 공간인 체임버(chamber·감압실)에 들여보낸 뒤 다량의 헬륨과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산소를 공급, 신체를 포화시켜 목표 수심지대의 높은 수압에도 1주일 이상 기거하며 작업할 수 있도록 한 해양구조 기법이다. 수심 300m의 압력에서 인체가 적응할 수 있도록 헬륨 99%, 산소 1%가 공급되는 체임버에 머물게 한다.

이어 똑같은 압력이 유지되는 ‘잠수사 이동장치’를 활용, 해저로 이동한 뒤 구조작汰?벌인다. 헬륨을 호흡하게 되면 체온이 급격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실내온도를 35도 이상으로 맞춘다. 체임버에서 1주일쯤 머물면 고압의 헬륨으로 체력이 급격히 소모돼 체중이 3~4㎏ 이상 빠진다. 헬륨 가스로 목소리가 바뀌기 때문에 체임버 안에선 대원끼리 글을 써서 의사소통을 한다.

해군은 장보고급 잠수함을 1993년 처음 실전 배치하면서 조난에 대비한 심해 작전 수행능력이 필요했다. 장 대장은 1997년 영국 민간 잠수회사인 NHC에서 수심 200m를 상정한 체임버 속에서 10일간 생활하면서 포화잠수를 익혔다. “SSU는 1998년 포화잠수 기법을 활용, 남해안으로 침투하다가 아군에 의해 격침돼 여수 근해에 가라앉은 북한의 반잠수정을 수심 147m에서 인양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걸 계기로 세계 최고 수준의 잠수와 구조능력을 인정받았죠.”

해군은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1200억원을 들여 구조잠수훈련장과 포화잠수훈련장, 심해구조잠수정 격납고, 헬기장 등 11개 건물로 구성된 잠수 및 구조 교육시설을 완공했다. 해외 유학을 통해 포화잠수사 10명을 키우려면 20억원이 들어가지만 훈련시설이 생긴 뒤 5명을 훈련시키는 데 7000만원이 들었다.

장 대장은 “해난구조는 국가가 존립 위기에 처했을 때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이끌어내는 보험이라 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미국 진주만을 기습폭격하면서 많은 함정을 수장시켜 쾌재를 불렀습니다. 그런데 미 해군은 침몰한 전함과 순양함, 구축함 등 18척을 인양했고 이 중 15척을 수리해 실전에 재투입한 끝에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죠. 신속한 인명구조를 위해 일본처럼 사고 해역에 신속히 날아가 직접 바다에서 이착륙할 수 있는 비행정이 필요합니다. 쾌속선 도입도 시급하고요.”

해난구조대(SSU) 심해잠수사

병사는 12주 스쿠버교육…훈련 강도 높아 50%만 수료

해군 해난구조대(SSU)는 1950년 9월 창설됐다. 해양 재난 구조작전은 물론 항만 및 수로의 장애물 제거, 항공기를 이용한 해상 인명 구조, 주요 항만 복구와 개항(開港) 유지 지원, 상륙작전 시 전투지역 구조, 심해잠수사 교육과 훈련 등을 담당한다.

SSU 심해잠수사는 깊은 바닷속에서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며 각종 임무를 수행한다. 심해잠수사가 되는 과정은 병사와 부사관, 장교가 각각 다르다. 병사는 12주간의 스쿠버 교육 과정을 밟는다. 스쿠버 잠수 방식은 수심 58m까지 내려가 구조 활동을 할 수 있다. 부사관은 표면공급식잠수(SSDS)와 항공구조사 교육을 포함해 총 26주간 훈련을 받아야 한다. SSDS 방식은 수심 91m까지 잠수할 수 있다. 장교는 30주에 걸친 전문교육을 받고 잠수감독관이 된다.

SSU 심해잠수사는 매년 한 기수만 뽑는다. 1957년 1기 교육 이후 지난해 61기까지 총 2162명이 교육 과정을 수료했다. 수료율이 35~50%에 불과할 정도로 훈련 강도가 높지만 지원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전역 후 해양경찰 및 경찰특공대, 119, 산림청 구조대, 민간 구난업체 등에 취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늘 위험이 뒤따르는 일이지만 그만큼 없어선 안 되는 직업이라 수요가 많다.

SSU는 1993년 서해훼리호 구조, 1998년 북한 반잠수정 인양, 2010년 천안함 인양, 2012년 북한 장거리미사일 탐색·인양, 2014년 세월호 구조 등 주요 해?怜諮?작전 현장에서 활약했다.

진해=최승욱 선임기자 sw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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