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선거철이면 고개드는 '포퓰리즘'…복지도 재원 생각해야

입력 2016-01-22 20:53  

Cover Story - 선거와 경제민주화…불안한 짝궁


선거때만 되면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이 극성을 부린다. 선심성 공약, 특히 무상복지는 포퓰리즘을 자극하는 ‘넘버원’ 카드다. 지난 대선·총선도 마찬가지였다. 무상보육·무상급식·기초연금 등 각종 복지공약이 난무했다. 결과는 ‘재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일부 지자체는 유치원 교사들의 월급조차 주지 못하는 실정에 처했다.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복지공약은 다시 극성을 부릴 가능성이 크다. 예산이 소요되는 공약을 내걸때는 재원 확충 방안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페이고(Pay go) 원칙’은 무시되기 일쑤다. 복지는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하지만 재원을 무시한 지나친 복지는 국가의 잠재성장을 좀먹고, 국가의 기틀을 흔든다.

사익(私益) 자극하는 포퓰리즘

“민주주의는 지금까지 시도된 모든 다른 형태의 정치체제를 제외한다면 최악의 정치체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가 한 말이다. 이 말은 흔히 두가지 의미로 인용, 해석된다. 하나는 민주주의만한 정치제도는 없다는 ‘민주주의 옹호론’이고, 또 하나는 민주주의도 여러 결점이 있다는 ‘민주주의 허점론’이다. 여론과 다수결은 민주주의 의사결정의 골자다. 한데 여론과 다수결은 나름 함정이 있다. 사실 대중은 공익보다는 사익을 좇는 경우가 많다. 세금인상은 반대하지만 복지확대는 찬성한다. 정치권은 이런 심리를 파고든다. 선거때마다 각종 복지 슬로건이 나부끼는 이유다.

민주주의는 때로 ‘나쁜 정책’을 제안하고, 유권자는 때로 ‘나쁜 정책’을 지지한다. 이를 설명하는 데는 흔히 ‘합리적 무지’가 인용된다. 합리적 무지는 특정한 정보를 얻기 위해 치러야 할 비용이 그 정보가 가져다 주는 이익보다 클 경우 특정 정보를 습득하지 않고 무지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경향을 일컫는다. 사람들이 흔히 자유무역의 경제적 혜택은 과소평가하고 복지지출 효과는 과대평가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유권자는 포퓰리즘적 정책엔 호응하면서도 국가의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인프라구축 등엔 미온적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정치인들은 유권자의 이런 심리를 파고든다.

투표자의 ‘비합리성’

미국 조지메이슨대 브라이언 캐플런 교수는 ‘합리적 투표자의 미신’이라는 저서에서 “투표자들은 합리적 무지 그 이상”이라고 했다. 유권자들은 잘못된 믿음을 근거로 비합리적인 정책을 체계적으로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다. 합리적이라는 민주주의에서 ‘나쁜 정책’들이 채택되는 바탕에는 유권자들의 ‘비합리성’이 깔려 있다는 얘기다. 물론 유권자들이 모두 비합리적이라고 매도하는 건 옳지 않다. 하지만 대중민주주의에 허점이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성규 안동대 무역학과 교수는 사람들은 경제번영을 ‘생산(생산성)’이 아니라 ‘고용’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임시직이라도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인위적 일자리 창출 편향성’과 ‘반(反)생산 편향성’을 예로 들면 유권자들은 반생산 편향성에 거부감을 갖기보다 일자리 창출 선호도가 훨씬 높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그런 사례로 일자리를 늘린다며 ‘셀프 주유’를 금지한 미국 오리건주를 꼽았다.

유권자들의 정치적 편견도 비합리적 정책이 선택되는 이유다. 상당수 유권자들은 후보자의 정책보다는 그 후보자가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의 정치인인지를 먼저 생각한다. 민주주의에는 ‘대중의 지혜’와 ‘대중의 맹신’이 섞여 있다. 지혜가 맹신보다 많을수록 성숙한 민주주의다. 유권자들은 보호무역과 복지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정치인들은 특히 선거때만 되면 민족주의, 복지라는 슬로건을 내건다. 우리나라는 반세기만에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 하지만 반시장, 반기업, 반성장 편향성이 여전하다. 유권자도 깨어나야 하지만 선거철만 되면 ‘복지’라는 명분으로 유권자를 현혹하는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부메랑이 된 무상복지

포퓰리즘에 기반한 정치권의 무분건?무상복지는 ‘재원부족’이라는 부메랑이 되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의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수당)을 놓고 서울시와 갈등을 빚던 보건복지부는 서울시를 대법원에 제소했다. 청년수당 예산안 의결을 철회해달라는 요구를 서울시의회가 받아들이지 않자 법정에서 옳고그름을 가리기로 한 것이다.

서울시의 청년수당 사업은 정기 소득이 없는 미취업자이면서 사회활동 의지를 갖춘 청년 3000여명에게 최장 6개월간 교육비와 교통비, 식비 등 월 50만원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0~5세 대상 영·유아보육을 지원하는 ‘누리예산’도 ‘펑크’가 났다. 일부 교육청은 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누리과정 예산을 전혀 편성하지 않았다. 해당 시·도 유치원들은 당장 유치원 교사 월급도 줄수 없는 처지에 몰렸다. 복지공약은 무리하게 해 놓고 정작 재원이 부족하자 정부·지자체 간 떠넘기기로 비화되고 있는 것이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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